▲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린 이산가족에게 청천벽력 같은 이 소식은 부푼 가슴으로 출발했던 선발대와 시설점검 인력 등 75명을 허탈과 울분 속에 맨손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및 금강산 관광 회담 연기 배경이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를 동족 대결에 악용했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조평통 성명은 “남한 정부가 최근 북남관계 진전의 성과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결과,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결실이라고 떠들고 있다”고 지목했다. 또한, 통진당 이석기 의원 사건에 대해서도 “내란음모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해 일대 마녀사냥 극을 미친 듯이 벌이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로써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통일기반을 구축하려 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급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북측의 일방적 생트집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안 되는 비열한 조치라 거듭 비판했지만, 북측은 데려 이 모든 잘못은 남측에 있다고 선전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이 이 의원 사건을 내세워 비열한 꼼수를 쓰는 이유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주도권을 노린 전략적 떼쓰기일 가능성이 크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소극적 입장을 보인 우리 측에 이산가족상봉 무산이라는 강력한 패를 선보여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본보기를 삼은 것이다.

조평통이 “앞으로 북남 관계의 전도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덧붙인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상봉을 같이 놓고 저울질했던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서는 아무 말 없이 이번 현안만 놓고 이리저리 머리 굴리며 자신들의 이득에 초점을 맞춘 북측의 태도에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이유다.

60년이 흘러 대부분 고령인 이산가족들이 생전에 혈육을 만날 수 있다는 부푼 꿈에 젖어 있던 이 시점에 북한의 태도 변화는 그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다. 비단 이산가족 상봉의 절실함이 남한만의 문제가 아닐 텐데 민족의 아픔을 외면한 채 저울질하는 북한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정치, 군사와는 다른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다뤄야 할 이산가족 문제를 이득만을 위해 악용한 북한 측에 남한은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 싸움에 피해받는 이산가족의 아픔은 모른 척 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라는 표현을 사용해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상봉이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언제 또다시 재추진 될지 기약할 수 없다.

모쪼록 이산가족들이 지치지 않길 바란다.

흘러가는 시간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

김민선 기자  k1m2s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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