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이우근편집위원

이 의원은 그러면서 “감사원의 이런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감사원은 정권이 변경될 때마다 코드, 널뛰기, 표적, 보복 감사를 일삼고 있다고 감사원 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하게 반발 했다. 친이계 반발의 핵은 역시 이재오 의원이었다. 이명박 정권 당시 2인자로 불렸던 이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감사원은 정치 감사, 주문 감사를 하면 안 된다며 전 정권이 해놓은 일을 몇 차례나 바꿔 감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우리 정권이 한 일에 대해서도 또 맞춤형 감사를 하지 않겠냐고 문제 제기했다.

이 의원은 특히, 4대강 감사 발표에 대한 청와대 반응과 관련해 대놓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청와대가 정쟁의 중심에 서면되느냐”며 “말을 아끼고 가려야 한다. 야당이나 여당 대변인보다 더 세게 치고 나가면 여당이 할 게 있나, 요즘 청와대 논평을 보면 감당이 안 될 정도라고 쓴 소리를 했다.

이재오 의원은 7월 18일자 인터뷰에서 내가 지난해 총선에서 공천을 반납했으면 친이계가 모이면서 당이 깨지고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었지만, 정권 재창출을 방해했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에 인간 이재오로 봐서는 공천을 반납 했어야 하는 것인가 하며, 박근혜 대통령 집권 자체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내 파장이 확산 됐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내가 국가정보원이 대선 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여당에 유출하고 여당이 선거 전략을 쓴 것이 사실이라면 부도덕한 행위이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것이 아니냐고 하면 정치권이 뒤집어질 것이라며 내가 사실이라면 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해도 내가 피해갈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렇듯 친이계 모두 감사원을 표적으로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본질은 청와대를 향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권 교체기부터 쌓여온 친이계의 묻어둔 불만이 이번 4대강 감사 결과를 계기로 터져 나온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 여권 주변에서는 친이계가 계속 이렇게 비주류로 살아갈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며, 최근 조심스럽게 결집 조짐도 보인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편 민주당은 정치 감사 논란보다는 전-현 정권 공동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김한길 대표는 7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운하 사기극으로 밝혀진 4대강 사업은 명백한 전-현 새누리당 정권의 책임이라며 청와대는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2010년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 후 4대강 사업 자체가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협조하겠다고 말하며 국민을 믿게 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정면승부를 고집하며 야당 측에 퇴로를 열어주지 않아 불통이미지를 얻었지만 이는 문제될 것이 없다. 민주당이 즉각 반발하고 장외투쟁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 뻔 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믿은 것은 높은 지지율일 것이다.

하반기 민생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해지거나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취임 초 정부조직법 미 통과로 내각 구성이 늦어졌을 때 그랬듯 야당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적 논쟁과 민생의 어려움을 대비시킴으로써 민생 대통령과 정쟁 야당의 구도로 단순화 시키는 전략이다.

박 대통령이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국민에게 해를 주는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음은 몇 차례 발언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3자회담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작심한 듯 “새정부 출범 후 야당의 비협조로 정부조직 개편안이 장기 표류해 국정의 어려움이 있다. 이번 국정원 문제로 또다시 장기간 장외투쟁을 하는 것이 과연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을 위하고 국민이 원하는 민의인지 동의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현재까지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이런 판단이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추석 이후 민심의 행보도 계속 그럴 것인가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나친 원칙주의, 불통, 제왕적 통치자 이미지가 박 대통령의 북한 다루듯 하는 국내 정치 전략과 맞물려 역풍으로 불어올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불통대통령의 이미지를 강조한 후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된 것은 의미가 크다.

대통령이나 여당에서 밀어붙이는 야당측의 주장인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이나 검찰 독립성 훼손 의혹 등은 서민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소모적 논쟁일 뿐이라 평가절하 하는 것이고, 이것이 일반 국민의 정서를 대변한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4대강 감사 결과를 정국전환용 카드로 사용한 것이 맞다면 일정부분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다. 확실히 국정원을 향해 쏟아대던 민주당의 포문이 4대강으로도 분산됐기 때문이다.

국회의 국정원 국정조사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민주당은 4대강 이슈도 놓칠세라 덥석 물었다. 4대강도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안하고 나선 것 이다. 국민들은 이번 3자회담 이후에 박 대통령의 단호한 입장에 ‘역시 여걸 박근혜’라고 칭찬하는 분위기이다.

이우근 편집위원  lwk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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