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정부가 10여 년간 지지부진 끌어오던 우리금융그룹 민영화가 1년여의 장도에 올랐다.

3단계 민영화 방안에 맞춰 경남·광주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방은행계열과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자산운용·우리금융저축은행 등을 증권계열로 묶어 매각하겠다는 공고가 속속 발표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지방은행계열 매각주관사(대우증권·삼성증권·JP모간 등) 선정 작업도 완료됐다.

▲ 경남은행 본점 전경.

이 가운데 가장 ‘핫’하고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단연 경남은행 민영화를 꼽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지역환원이 당연하다는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와 지방은행 맹주자리를 노리는 BS·DGB금융지주가 ‘경남은행 인수 전쟁’이라 부를 만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경남은행 인수 전쟁의 이면을 살펴보면 경남은행이 최근 2~3년새 이룩한 건실한 성장을 주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경남은행은 불과 2년 전만하더라도 1000억 원대의 부실PF 여신과 2600억 원대의 부실조선사 여신 등으로 인해 ‘부실은행’의 오명을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영빈 은행장 취임 후 2년여 만에 ‘건실은행’으로 환골탈태했다.

반증으로 은행 경영지표라 할 수 있는 수익성·성장성·건전성이 국내 은행권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STX그룹 부실화 등으로 인한 충당금 적립 부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등으로 전 은행권이 전년대비 매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 반해 경남은행은 양호한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지난 8월 공시된 ‘2013년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보면 국내 4대 시중은행(우리, 국민, 신한, 하나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최저 -16.2%에서 최고 -61.2%까지 하락했다. 또 경남은행과 영업환경이 비슷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각각 -8.9% -18.4% 하락했다. 반면 경남은행은 981억 원으로 -6.3% 하락에 그쳤다.

수익성에 이어 성장성 측면에서도 경남은행은 국내 4대 시중은행 평균(8.7%) 보다 4~5배 가량 높다. 최근 2년 6개월간 이룬 경남은행의 자산성장은 41.7%에 육박, 경남은행 인수전 참여의사를 밝힌 부산은행(19.5%)과 대구은행(20.7%)의 성장률을 압도한다.

경남은행은 2010년말 부산은행의 63% 대구은행의 73% 수준이던 총자산 규모가 불과 2년 6개월만인 2013년 상반기 부산은행의 74% 대구은행의 85%수준으로 증가해 부산·대구 양 지방은행의 턱밑까지 바짝 따라붙었다.

이와 함께 경남은행은 원화대출금 부문도 2010년 말 대비 약 54%나 증가했다. 지방은행 본연의 역할인 지역밀착 경영과 지역 중소기업 지원 선행 등 정부의 시책에 부합하는 경영을 통해 국내 4대 시중은행은 물론 인근 부산·대구은행의 자산 성장 속도 대비 월등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남은행 박영빈 은행장은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지원 공로로 지난 2012년 12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수훈 받은바 있다.

수익성과 성장성 외에도 경남은행은 자산건전성 측면에서도 국내 일반은행 가운데 부실여신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 금융기관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 등인 여신비율로 자산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이 특수은행을 제외하고 최고로 우량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8일 발표한 ‘2013년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 결과에 따르면 경남은행의 2013년 6월 부실여신비율은 0.97%로 수출입은행(0.74%) 다음으로 낮았다. 수출입은행이 특수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한 일반은행 중에서는 자산건전성이 가장 우수하다.

경기 침체 장기화 및 금융감독원 자산건전성분류기준 강화 등으로 인해 국내 은행들의 부실여신비율이 전년말 대비 평균 0.40%p나 증가한 반면 경남은행은 0.03%p 소폭 증가하는데 그칠 만큼 선방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로 인하여 기존 여신거래처에 대한 영업부진 등 추가적인 부실발생 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데 이어 2013년 6월말에는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강화로 인해 추가로 고정이하여신 702억 원을 반영해 부실여신비율을 산출했다는 점이다. 만약 감독당국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갑작스럽게 강화하지 않았다면 올해 6월 부실여신비율은 0.68%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적립비율(Coverage ratio)을 놓고 보더라도 2013년 상반기 기준으로 경남은행은 167% 부산은행 104% 대구은행 139%로 경기침체기 대비 손실흡수능력도 타 지방은행 대비 잘 준비됐다.

경남은행 문양호 부행장은 “2011년 현 은행장 취임 이후 전임직원의 합심노력으로 2012년에 이어 금년 상반기에도 성장성·수익성·건전성 모두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 경기회복에 부정적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어 안정적인 경영기반 확보를 위해 지역민과 지역중소기업을 위한 지방은행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경남은행의 민영화 일정은 지난 달 15일 금융위의 매각공고를 기점으로 한층 속도가 붙고 있다. 이런민감한 시기 경남은행을 비롯한 국내 은행들이 거둔 경영실적은 새로운 변수이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방은행으로서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성장성·건전성 측면에서 최고의 경영실적을 낸 경남은행을 지역으로 되돌리기 위해 뜻을 모은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 그리고 지방은행 맹주자리를 위해 인수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부산·대구은행의 치열한 경쟁은 경남은행의 매각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눈 여겨 볼 관전 포인트이다.

김민선 기자  k1m2s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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