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우리나라는 아직 안락사에 대한 법이 없다. 네덜란드나 미국처럼 적극적인 안락사를 추진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에 종교계와 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서기 때문이다.

안락사 문제는 늘 동전의 앞·뒤처럼 양면을 가진다. 환자와 가족, 병원의 입장이 얽히고설켜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꼬여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아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지만 시신은 이미 화장한 상태로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됐다.

과연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에 살인 한 아들이 존속살인으로 형량을 받을 수 있을까?

뇌종양 말기의 시한부 아버지가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죽음뿐이었다. 그 고통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 역시 힘들었을 것이다. 유언을 따르자니 법적으로 문제가 걸리고 그렇다고 지켜보기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말이 아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존속살인 또는 자살방조죄가 될 테지만 환자의 입장에선 자기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니 이 논란은 쉽게 종식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존엄사 논란으로 불린 ‘무의미한 연명치료’문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997년 보라매병원에서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해 온 환자가 부인의 요구로 퇴원한 뒤 사망한 사건은 2004년 대법원이 환자 부인에게 살인죄를 의사에게 살인방조죄를 판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2008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도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70대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 역시 2009년 대법원 판결로 호흡기를 뗄 수 있었다. 무의미한 치료에 부담은 가족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치솟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빚을 지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만약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 가족이니까 치료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식물인간 환자가 벌떡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가족의 입장에선 충분히 고민되는 문제일 것이다.

생명존중의 문제도 있지만, 사람답게 살 권리를 가진 환자의 입장도 헤아려 봐야 한다. 수많은 진통제로 고통을 억누른다 한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못할 짓 아니겠는가.

존엄사 인정에 대한 찬반 논란은 늘 있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정확한 법 제정이 필요할 때이다.

생명 연장의 꿈으로 눈부신 의료발전을 이룩했지만, 자신의 생명을 선택할 수 있는 존엄 역시 걸맞게 발전 돼야 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삶과 죽음은 일직선 상에 있다. 행복한 삶이 있듯 행복한 죽음도 있어야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할 때 겪는 고통은 무엇과 견주어도 모자라다. 내 삶의 주인공이 나이기에 나의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선택권도 필요하지 않을까?

안락사와 존엄사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법도 유동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법원의 판결이 꼬인 실타래를 푸는 열쇠가 되길 바래본다.

김민선 기자  k1m2s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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