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1997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무기징역과 2,200억 원이란 어마어마한 추징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입 싹 닦고 나 몰라라 했다. 29만 원이 든 통장 하나가 전부라는 ‘희대의 명언’하나를 남기며….

29만 원으로 호화롭다 못해 엄청난 부를 누린 그를 용서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를 잊는 군부정권 시절은 크고 작은 사건과 안타까운 목숨이 형장의 이슬로, 무자비한 폭력에 희생당했다. 이 희생의 결과로 쌓은 그의 부는 그의 자식들이 이었고, 대부분의 비자금은 차명재산으로 은닉됐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씨 일가 비자금 추징에 힘썼지만,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며 검찰을 힘들게 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올해 제정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일명 전두환 추징법)은 수사의 급물살을 타게 했다. ‘불법재산으로 유래한 재산이면 제 삼자의 재산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이 법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검찰에 힘을 실어준 결과를 가져왔다.

이명박 정권 때 정부가 추징한 ‘4만 7,000원’이 무색할 만큼 전방 위 수사가 진행돼, 전 씨 일가친척 친지들 재산까지 추적했다. 이런 압박이 심적으로 부담 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자진해서 자신에게 추징된 비자금을 완납했다.

멈출 줄 모르는 검찰의 수사는 3일 차남 전재용 씨를 소환 조사했고, 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 씨를 구속 기소하게 이르렀다. 7일 전 씨의 서울 연희동 자택과 장남 재국 씨 회사 등 수십 곳을 전격 압수 수색해, 수십 수백억 원대 고가 그림과 조각, 미술품 수백 점을 압수했다. 검찰은 비자금이 완납 될 때까지 압류를 풀지 않을 계획을 밝혔고, 결국 두손두발 다 든 전 씨 일가는 자식들과 사돈이 나눠서 추징금을 내겠다고 전했다.

추징금을 내고도 남는 재산이 있다는 것에 대해 국민의 피 같은 세금과 정치 뇌물로 차곡차곡 쌓아놓은 그의 재산 규모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중산층 국민들은 1억 모으는 게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힘든 일이건만 가만히 앉아서 부를 축적한 그들의 모습은 씁쓸함 마저 들게 한다.

이렇게 되기 전 미리 대국민 사과라도 했다면 그의 모습에 연민이라도 느꼈을 텐데 무작정 없다고 버티고 버티다 결국 자비 없는 법 집행을 받게 됐으니 다 자업자득 아니겠는가.

추징금을 전부 낼 테니 연희동 집에서는 살게 해달라 요청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뻔뻔한 모습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부끄럽게 느껴질 뿐이다.

뽑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통령까지 한 사람의 인품이 참 대단하다 싶다.

김민선 기자  k1m2s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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