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김민선 기자] 커다란 눈과 오똑한 코, 빵빵한 이마와 볼, 뽀족한 턱을 가지고 손에는 명품백과 선글라스를 들고 있는 강남 미인도. 성괴&강남여자&의란성쌍둥이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성형공화국의 모습을 시사코리아저널이 들여다봤다.

▲ 양악수술로 확 달라진 개그우먼 강유미의 모습.

아름답다는 원래 ‘나답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나 다운 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뜻하지만 요즘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받고 싶은 졸업, 입학선물 1위로 '성형수술'이 뽑혔다. 졸업 입학선물은 시대나 그 해의 유행에 맞춰 변화한다. 방학성형, 졸업성형, 입학성형과 같은 신조어가 생기고 청소년들도 성형외과에 몰리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인 남녀노소 불문하고 성형을 원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중들 역시 ‘왜 했느냐’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다’는 식의 반응이 많아졌다.

‘대중들이 성형수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많이 버렸기에 공인들이 성형수술을 떳떳하게 밝힐 수 있게 된 것일까?’,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공인들의 공개적인 성형수술 시인의 증가로 인해 대중들 역시 성형수술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인가?’

어느 쪽이 먼저라 할 수 없지만 근래의 사회적 분위기는 공인들의 성형수술이 대중의 성형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제시, 성형에 대한 욕구까지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자극적인 성형 전, 후 비교 사진은 기본이며, 구체적인 성형 항목까지 조목조목 공개하기도 한다. 그러한 성형 전, 후 비교사진은 성형 성공 사례만을 부각시키며 성형 수술의 성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서울 지하철역만 가도 성형외과 광고가 즐비하고, 강남이나 압구정은 성형의 메카로 인식된다. 쌍커풀은 애교고 코나 양악 등 예뻐지기 위해서라면 서로 경쟁하듯 수술을 한다.

부작용이 있던 없던 자신에게 필요하던 안 하던 그저 아름다워 지기위해 자신의 외모에만 투자하는 것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국제성형의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2011년 인구대비 성형수술횟수가 1000명당 13건을 넘는다고 집게 됐다. 이는 77명 중 1명꼴로 성형수술을 받은 것이다. 이 조사로 알 수 있듯 지금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성형의 천국, 성형 공화국이다.

부작용? 그런 건 남의 일이지!

개그맨 ‘강유미’, ‘임혁필’, 방송인 ‘이파니’, 영화배우 ‘신이’ 등 이들의 공통점은 양악수술을 통해 전과는 확연히 다른 외모로 탈바꿈됐다는 것이다.

일부 연예인들 탓에 미용수술로 알려졌지만 사실 양악수술은 턱 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받는 교정수술이다. 위턱과 아래턱을 완전히 잘랐다 붙여 턱의 모양을 다시 잡아 주는 수술로 그 위험성에 대해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다.

턱 주변엔 중요한 혈관과 신경이 많다. 수술 중 잘못 건드리면 과다 출혈로 사망하거나 기도가 막힐 수도 있고, 전신마취가 잘못돼 의식 불명에 빠지기도 하며 뼈가 제대로 붙지 않아 턱이 삐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작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체에 보이는 모습은 그저 성공담에 불과하다. 양악을 통해 예뻐진 연예인들의 모습만을 비치고, 너도나도 수술만 하면 그들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

엄밀히 따져보면 양악수술을 한 연예인들 중 전보다 더 왕성하게 활동을 하거나, 그들이 바랐던 것처럼 인생이 확 달라진 이들은 거의 없다. 뜻밖에 달라진 외모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연기자 ‘노현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좀 더 세련된 배역을 맡고 싶어 욕심을 부렸다. 그런데 성형수술부작용이 생겨 한쪽 코로 숨을 못 쉬게 됐다. 숨만이라도 쉬고 싶었지만, 다시 수술 할 엄두를 못 냈다”라고 밝혔다.

성형을 통해 좋아지고 외모가 변하는 걸 꿈꾸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반드시 그 결과가 좋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의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구제 접수현황’에 따르면 2008년 42건에 불과했던 피해구제 접수건수가 지난해까지 총 130건으로 5배 늘었다.

올해 6월까지 총 5년6개월 누적치는 총 472건으로, 가장 보편화된 성형수술인 쌍커풀 수술이 총 74건으로 가장 많았고 코수술이 68건, 지방흡입(주입) 42건, 안면윤곽성형 53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부작용 유형으로는 비대칭이 70건으로 가장 많았고, 흉터 68건, 염증 또는 감염 56건, 효과 미흡도 39건이나 됐다.

문제는 수술 전 부작용에 대한 숙지다. 의료진이 수술 전 소비자에게 수술방법이나 수술 후 상태,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지만, 이를 들었다는 소비자는 단 97건(15%)에 불과해 실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얼마 전 양악수술을 받은 20대 남성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양악 후 찾아온 수술 후유증으로 극심한 통증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베이비복스 리브 출신 연기자 ‘한애리’는 양악수술을 하다 과다출혈로 생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이런 보도가 심심찮게 들려오는데도 불구하고 성형외과는 여전히 호황을 누린다. 세계최강의 성형강국답게 외국에서 원정성형을 오는 관광객들도 늘었고, 전문 브로커도 등장했다.

▲ 다양한 성형수술의 종류와 이름들.

요즘 대중매체에서는 청순하고 몸매가 좋은 연예인들을 광고나 드라마에 출연시켜 사람들에게 ‘미에 대한 기준은 이런 것이다’를 조장한다. 또한 연예인들의 성형고백, 성형수술에 관한 리얼리티 TV쇼는 성형이 가볍다는 인식을 준다.

대중매체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 외모에 대한 인식의 잣대를 시청자에게 들이댄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 따라잡기, 취업과 대학 면접에까지 외모가 중요하다는 인식,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부추김은 성형외과를 찾는 이유가 됐다.

취업난이 심각했던 2010년엔 관상성형이 유행했고, 여전히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외모가 경쟁력이라 말한다. 스펙만큼 중요한 것이 외모기에 수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수많은 매체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들기 위해 남자건 여자건 성형수술의 욕망을 꿈꾸게 된다.

성괴&강남여자&의란성 쌍둥이?

똑같은 얼굴의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신조어 ‘성괴(성형괴물)’는 네티즌에게 이미 익숙하다. 한 웹툰 작가의 만화에서부터 시작된 신조어로 ‘성괴학교’, ‘성괴졸업식’ 등 다양한 단어와 합성어로 변형됐다.

성형수술 때문에 똑같은 얼굴이 늘어난다는 것을 풍자한 ‘의란성쌍둥이(의사가 만든 쌍둥이)’도 널리 알려진 말이다. 서로 다른 외모로 태어났지만 성형수술을 통해 판박이 같은 외모를 가지게 됐다는 ‘후천성 쌍둥이’들. 심지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머니 날 낳으시고 의느님 날 키우시니’라는 농담도 흔하다.

20~30대 성형은 오래전 말이다. 요즘엔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대학 입학 전에 하는 성형은 ‘수능성형’,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을 위해 하는 성형은 ‘취업성형’ 혹은 ‘면접성형’으로 불린다. 40ㆍ50대 이상 중년 여성들의 동안열풍을 반영한 ‘줌마성형’도 있고, 60ㆍ70대 노인들이 하는 성형은 ‘실버성형’도 드물지 않다.

압구정이 제2의 고향인 이들은 ‘수술과 시술로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의 또 다른 수혜자다.

외모, 능력 대변할 수 있을까?

2007년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생방송 세븐데이즈’에서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미인대회 출신의 누가 봐도 매력적인 여성과 일반 여성에게 각각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게 한 것.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미인대회 출신의 여성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쉽게 구했지만 일반 여성은 그렇지 못했다. 그 외 ‘길거리에서 차비를 빌리기’도 실험해 보았으나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예로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남자가 반하는 여자 순위’라는 글이 게재됐다.

공개된 글은 남자가 여자에게 반하는 순위를 정렬한 것으로, 1위가 ‘예쁠때’였고 2위는 '아무것도 아닌데 얼굴이 예쁠 때'였다. 3위 역시 '밥 먹고 밥풀 흘렸는데 얼굴이 예쁠 때'등으로 모든 순위가 '여자가 예쁠 때'로 연결되어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사회가 얼마만큼 외모만 중요시 보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심각한 취업난에 외모 스펙까지 올려야 하는 현실은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겐 부조리한 현실이다. 자신의 외모만 꾸미기 급급해 진정한 내실은 갖추지 않고 아름다움의 기준이 그저 외모에만 치중된 것은 잘못된 현실을 반영한다.

좋은 곳에 취직하기위해 성형수술을 하고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수술을 하고, 과연 이런 사회적 풍토가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성형수술은 상해 또는 선천적 기형으로 인해 인체의 변형이나 미관상 보기 흉한 신체의 부분을 외과적으로 교정_회복시키는 수술을 말한다.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안 들어 미용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닌, 치료가 목적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뻐지고 싶고 또한 아름다워질 권리가 있다.

그러나 성형수술이 답은 아니다.

외모 말고 내면에 아름다움을 튼실히 하는 사회분위기가 만연하면 좋겠다.

김민선 기자  k1m2s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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