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송윤종기자］인도가 고향인 연꽃은 조선최초 농학자 강희맹(姜希孟:1424~1483)이 중국에서 연을 가져와 지금의 경기도 시흥시 연성동 관곡지에 처음 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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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연은 수원의 방축연,해주의 부용당연, 상주의 공갈못 연이 유명했었다.
중국처럼 자연적 호수가 많이 있는 곳에서는 연에 대한 수많은 사연과 시, 화가 발달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연에 관한역사, 문화를 견주기에는 다소 무리인 듯하다. 그러나 삼국이래 불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연과 관련된 문화재 회화 등은 사찰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연재배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전파로 연은 우리 곁에 가까이 와있다
상주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큰애기
연밥줄밥 내따줄게 요내품에 잠들어라
잠들기는 늦잖아도 연밥 따기 한철일세.
상주지방의 민요다 연밥을 따면서 이루어지는 남녀 간의 사랑을 진솔하게 옮겨 연못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애정을 잘 묘사하였다.
조선 후기의 학자 현묵자(玄默子) 홍만종(洪萬宗)은 채련곡(採蓮曲)이란 작품에서, 중국의 장쑤 성(江蘇省) 양쯔 강 어귀 연꽃이 많은 횡당(橫塘)을 배경으로 한 시를 지었다.
彼美採蓮女
繁舟橫塘渚
羞見馬上郞
笑入荷花去
저 어여쁜 연밥 따는 아가씨,
횡당 물가에 배를 매다가,
말 타신 님 보고는 부끄러워,
웃으며 연꽃 속으로 숨어 버렸네.
예전이나 지금이나 청춘 남녀 간의 애정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말 탄 임을 보고 부끄러워하는 표현은 어여쁜 연꽃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황학루” 라는 시로 유명한 당나라 시인 최호(崔顥)는 장간행(長干行)이란 시에서 “그대의 집은 어디인가/제집은 횡당에 있답니다.” 라고 표현한 횡당은 애정향(鄕)으로 회자되고 있는데 남녀의 사랑을 속사기는 장소로 횡당(橫塘)물가가 연자(蓮子:그대를 그리워한다)의 상징적 지명이 됐다.
가히 시성(詩聖)이라는 이백(李白)이 지은 연꽃 시 월녀사(越女詞)에서 연밥(蓮子)을 따는 여인이 사모하는 임을 만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수즙어하는 모습은 다름없어 보인다.
耶溪採蓮女
見客棹歌回
笑入荷花去
佯羞不出來
야계의 연밥 따는 아가씨,
임보자 뱃노래 부르며 돌아오다가,
웃으며 연꽃 속으로 숨어 버리고,
부끄러워 나오지 않네.
중국의 양쯔 강 남쪽은 자유로운 애정관이 형성 돼 있었다. 강남 여인의 서정적이고 낭만적 분위기가 연꽃으로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중기의 천재여류 시인인 허난설헌(許蘭雪軒)의 시 채련곡(採蓮曲)은 임과의 만남을 멀리서 남에 눈에 띄어 부끄럽다고 말 하고 있다.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繁蘭舟
逢郞隔水投蓮子
遙被入知半日羞
가을의 긴 호수에 옥 같은 물 흐르는데,
연꽃 깊은 곳에 목란배 매어두고,
임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
멀리서 남의 눈에 띄어 한나절 부끄러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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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밥을 던진다는 행위가 그대를 사랑한다는 속뜻을 담고 있다는 것인데 연꽃이 상징하는 여인의 애정을 직설화법을 구사한 대담한 이유는 무엇인가?
허난설헌의 시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잘 알려진 연꽃을 따는 여인의 서정을 대표하는 진솔한 시다.
연꽃의 또 다른 이름을 부용(芙蓉)이라 한다.
부용은 부용(夫容)과도 음이 같아서 남편의 모습, 애인의 모습이란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연꽃은 여인상이요 애정을 상징 하는 의미가 있는 것과 연꽃을 매개로 자연스러운 남녀의 만남을 주선 하고 있다.
송 대(宋代)의 학자 주돈이가 연꽃을 군자와 같다고 하자 군자가 되는데 탁한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탁류에 물들지 않고 청정한 품성을 지키는 지조를 군자에 비유하고 있는 듯하다.
주돈이의 유교의 표상 군자가 연꽃이 되어 앞장서는데 불교와 유교에서 연꽃이 개화하고 있었다.
고울 사 연곷이여,향기도 기이하다.
교묘히 단장하고 몇 사람을 반기었노?
아마도 화중군자는 너뿐인가 하노라.
하순일(河順一)의 시조다.
이른 아침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태와 고귀한 군자를 닮은 꽃을 보고 반해서 교묘하다고 절찬한 게 아닌가?
고려 제 26대 충선왕이 원나라에 있을 때 사랑한 여인이 있었다. 그 후 귀국 하게 되자 이별의 징표로 연꽃 한 송이를 꺾어 주었는데, 충선왕의 그리움은 날마다 더해 이제현을 중국에 보내어 그 여인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이제현이 찾아가보니 그 여인은 식음을 전폐하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간신히 붓을 들어 절 구시 한수를 써 주었다.
贈送蓮花片
初來灼灼紅
辭枝今幾日
憔悴輿人同
주신 연꽃 한 송이
처음 왔을 때 붉디붉더니
가지를 떠난 지 지금 며칠인가?
초췌한 모습 나와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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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련 | ||||||||
조선 초기 문신 성현(成俔)지은 용재총화(慵齋叢話)에 실린 충선왕과 중국여인의 슬픈 러브스토리는 연화(蓮花)와 여인의 심사를 시에 담았다. 그 시대 연꽃은 미인을 상징하고 여인은 연꽃을 자랑스럽게 마음에 새기고 살았을 것으로 생각 된다.
입추(立秋)가 지나고 더위가 수그러든다는 처서(處暑)다 아직 볼만한 연꽃 나들이라도 떠나봄은 어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