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이우근 편집위원.

20일째로 접어든 민주당 장외투쟁이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어제 서울광장 민주당 국민운동본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의 이런 입장 표명이 있기 직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만하면 됐으니 이제 국회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민주당에 국회 복귀를 거듭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번 임시국회는 지난해 정부가 예산을 어떻게 집행했는지 살펴보기 위한 결산국회다. 심사 대상 예산도 325조 원이나 된다. 국회법에는 8월말까지 결산 심사를 마치도록 돼 있어 물리적으로 시간도 촉박하다는 게 새누랑의 입장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매몰돼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이제는 당 지도부에 이어 문재인 의원까지 나서서 국정원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계속 정치 공세만 이어가다가는 '국회 실종' 사태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새누리당 황 대표의 호소에 민주당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주요 방송의 생중계를 지켜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느꼈겠으나 어제 청문회는 '여야 따로, 증인 따로'의 질의응답으로 점철됐다. 공세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중점 부각시키며 증인들을 다그쳤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 간부와 직원들이 이를 반박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데 주력했다.

증인들 역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예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식의 회피성 답변으로 김을 빼놓았다. 대부분 그동안 검/경의 수사 당시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재론하고 부인하는 수준의 공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과 증인들 모두 제 할 소리만 하는 평행선을 달렸다. 대체 이런 청문회에 왜 그리 목을 맸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민주당이 장외투쟁 계속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은 이해가 된다. 증인으로 요구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6일 국정원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참석했지만, 이들이 선서를 거부하고 검찰 기소내용을 전면 부인하면서 청문회는 맥이 빠졌다.

국민들은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알맹이 없는 말싸움을 벌이려고 여야가 그토록 극한 대치를 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 청문회가 한 차례 더 남아 있지만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국정원이 댓글 공작을 통해 지난 대선에 개입했느냐 여부는 결국 사법부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옛, 사례로 충분히 알 수 있듯이 수사권이 없는 국회의 국정조사를 통해서는 검찰 수사를 뛰어넘는 결과를 얻어내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민주당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민주당은 이쯤에서 장외투쟁을 마무리하고 결산국회에 참여하여 민생국회로 돌아오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이우근 편집위원  lwk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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