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깍이 학생들’이 한글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한낮 최고기온이 30℃를 훌쩍 넘은 19일 서산시 해미면 삼송2리 마을회관에서는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왔다.

삼송2리 '찾아가는 배움교실’에서 20명의 노인들이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꽃 이름을 통해 한글을 배워가는 모습이다.

한창 공부에 열심인 학생들은 하나같이 머리에 백발이 성성한 평균연령 75세~85세의‘늦깎이 학생들’.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지각한 것이 미안하지 교실 뒷문으로 살그머니 들어오는 아흔살 넘은 할머니도 있다.

이들은 배고픈 시절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 문턱을 밟지 못한 서러움과 한을 풀기 위해 매주 두 차례 한글수업에 참석해 한 단어 한 단어를 또박 또박 써 내려가며 가슴 벅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충자(72) 할머니는 “먹고 사느라 배울 기회가 없어서 여지껏 숱한 세월을 까막눈으로 살아왔다.”며 “글자를 익히지 못한 평생의 한을 풀어준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글을 가르치는 조성임 강사는 “처음에는 뒤늦게 공부하는 것을 창피해하던 어르신들이 점차 글을 깨우치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며 “원고지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스럽게 써넣는 어르신들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감동”이라고 말했다.

서산시‘찾아가는 배움교실’문자 해득과정에서는 이처럼 배움의 기회를 놓친 705명의 어르신들이 3년 과정으로 한글을 배우고 있다.

그동안 이 과정을 통해 배움의 한을 푼 어르신이 1천 3백명을 넘는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한글을 깨우친 어르신들이 손수 써서 보내온 감사편지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며 “어르신들이 문자 해득을 통해 사회활동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성인 문해교실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최병율 기자  device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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