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도를 지키던 냉방기 조차도 꺼져버린 하루.

한참 더운 35도 이상을 달리는 시간에 갑작스러운 지시는 모두를 당혹하게 했다. 청사내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말도 안되는 지시라며 일에 능률도 안 오른다고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정작 더 힘든 곳은 따로 있었다. 청사를 지키는 경비원들은 뙤약볕을 그대로 맞으면서 그늘도 없는 청사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1시간씩 근무 교대를 하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그대로 노출되어 근무하고 있어 속옷까지 이미 젖어버린 상태로 일을 하고 있었다.

광주의 모 청사에 근무하는 A 경비원은 "입구쪽에 비나 더위를 잠시 피할 수 있는 그늘막 같은 시설이 있지만 오늘 같은 날에 냉방기 가동 중지라 들어가지도 못 하고 그대로 태양을 온 몸으로 받고 있죠. 땅에서 올라오는 열은 장난이 아닌데도 이런 조치가 이루어진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라며 연신 땀을 닦아냈다.

차라리 건물 안에서 더운 선풍기 바람이라도 쐴 수 있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며, "저는 그래도 낫습니다. 외곽 초소를 지키는 동료들은 쇠로된 컨테이너 박스안에서 12시간을 버텨내지만 오늘 같이 냉방기 사용금지 조치로 인해 누군가 쓰러져 봐야 우리의 존재를 알아줄지 의문이 듭니다"라며 하소연을 했다.

이처럼 전력 대란이 일어나고 그 뒷감당을 국민들에게 지게 하는 정부의 이상한 행보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하루 평균 12시간을 태양과 가장 가까이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을 위한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땀을 식힐 수 있는 장소도 있질 않았으며, 그 누구 하나 이들의 근무 여건을 걱정하여 주는 이들도 없었다.

건물안에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덥다고 울상을 짓는 공무원의 곁을 지키는 경비원들은 그런 말조차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라 느껴졌다.

경비원 A씨는 "오늘이 첫날이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태산 입니다. 젊은 저도 이리 힘든데 50대 후반의 동료가 더 걱정 입니다. 전력수급을 위한 조치라 동참은 당연하겠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 생각도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오늘도 여전히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 어떤 누구도 이들의 존재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지는 하루였다.

채한범 기자  francesco-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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