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경남=김용수 기자】디어타 루카스 영국 케임부리지대 동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포유류 중 일부가 일부일처제를 선택한 것은 암컷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지가 지난달 29일자(현지시간)에 게제 됐다.

연구팀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루 2545종을 분류한 뒤 이 중 단, 9%인 229종이 일부일처제를 지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체 중 68%는 홀로 생활했으며, 23%는 무리지어 생활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연구팀은 2년 동안 포유루 2545종을 계통별로 나눈 뒤 어떻게 진화가 일어났는지 분석할 수 있는 모델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 마리의 수컷이 한 마리의 암컷과 평생을 함께하는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 인간이라면 당연한 제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포유류의 약 3~9%만이 일부일처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질 만큼 자연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려고 하며 암컷은 가장 뛰어난 유전자를 받아들이길 원하기 때문에 일부일처제는 동물이 갖고 있는 본능에 적합하지 않은 제도다.

그동안 진화론자들은 인간을 비롯해 많은 동물이 홀로 살아가다가 어떤 `이유` 때문에 일부일처제를 선택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일반적으로 자손을 잘 키우기 위해서 또는 수컷이 암컷을 여럿 거느리고 있으면 다른 수컷으로부터 지켜내기가 쉽지 않아 일부일처제를 선택했다는 가정이 힘을 얻어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포유류가 일부일처제를 선택한 이유는 암컷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허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선임연구원은 "연구팀은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한 많은 종(種)이 어떤 변화를 통해 습성이 바뀌었는지 추론해 나갔다"며 "진화를 연구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홀로 살던 동물들이 일부일처제를 선택한 이유는 암컷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루카스 교수는 "처음에는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 영역을 침범하는 생활 패턴을 보였다"며 "하지만 임신한 암컷의 신경이 굉장히 날카롭기 때문에 다른 암컷과 함께 사는 일이 힘들었고, 암컷들이 서로 겹치는 지역에 살다 보니 먹이가 부족하게 돼 자연스럽게 떨어져 살게 됐다"고 말했다.

암컷의 먹이 확보를 위해 떨어져 살게 되면서 수컷이 암컷을 따라가게 돼 일부일처제가 생겨났다는 분석이다.

허 연구원은 "수컷이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 본능이라고 하지만 자손을 잘 키워 대를 이어야 한다는 것도 본능의 일부"라며 "일부일처제는 자손을 안전하게 성장시켜 유전자를 끊임없이 다음 세대로 연결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루카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한 마리의 암컷을 지키게 된 수컷에게도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유리한 선택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결과는 생태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인간 역시 반드시 이 같은 이유로 일부일처제를 선택했다고 해석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용수 기자  yskim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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