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이진화 기자] 옛 경남 창원·마산·진해시가 통합창원시로 하나가 된지 3년 만에 균열이 일면서 자칫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합 당시 세 도시의 균형 잡힌 발전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서면서 다소 서둘렀다는 지적이 많았었는데, 결국 곪은 것이 터졌다. 마산지역 정치인들은 “같이 잘 살아보자고 통합을 했는데 균형발전, 행정의 효율성은커녕 배려는 전혀 없고 오히려 한 쪽으로 치우치는 통합은 할 필요가 없다”며 사실상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발단은 당초 마산에 들어서기로 한 통합시청사가 창원으로 넘어가면서다. 박완수 창원시장이 마산 분리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중재에 나섰지만, 갈등의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탓에 쉽게 진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사코리아저널이 이상석 전 마산시의회 의원을 만나 자칫 조각날 위기에 처해 있는 위기의 통합창원시를 구할 해법을 들어봤다.

▲ 마산 분리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지역정치권에 해법을 제시한 이상석 전 마산시의원.

마산지역에서는 마산YMCA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마산발전범시민연합이란 단체가 마산시 분리운동에 시민이 함께 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주영 국회의원은 실질적 마산 분리를 위해 ‘마산시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며 서명 작업에 들어가 벌써 60여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냈다. 법안 발의에 필요한 인원은 10명이면 된다. 따라서 절차상의 문제는 이미 마무리됐고, 공식 발의만 남은 셈인데, 현재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이쯤 되자 결국 박완수 시장이 갈등 봉합에 나섰다.

박 시장은 “통합시가 3년이 채 되지 않아 분리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여론조사에서도 80% 이상의 시민들이 통합시의 미래와 발전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며 “통합시 발전을 위해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이 시점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라 박 시장의 중재도 먹히지 않는다.

마산지역 정치인들은 “시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존중하고 집행할 책임이 시장에 있는데 시장이 본인의 뜻과 다른 결정이 의회에서 나왔다고 해서 공개적으로 반박하거나 본인의 의사대로 여론들이 형성되도록 만들어가는 발언을 하는 것을 삼가 달라”며 박 시장의 입을 틀어막았다.

통합창원시 3년 만에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통합시 3년, 야구장·시청사 등 모두 뺏겼는데
마산사람들 분노 당연…, 그렇다고 분열 안돼”

이에 대해 이상석 전 마산시의회 의원은 다른 해법을 내놨다. 물론 자신도 마산지역 사람으로서 그간의 사태만 놓고 보면 당연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전제한 뒤 “이미 3년이나 지났는데 지금 와서 다시 원점으로 돌린다는 건 모두에게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감정만 내세울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갈등을 봉합하고 나아가 당초 계획대로 옛 경남 창원·마산·진해가 통합창원시로 하나가 돼 균등발전을 이룰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 도시가 통합해서 진해와 창원은 얻을 것을 다 얻었다. 그런데 마산만 그대로다. 아니 예전보다 더 못하다. 그렇기에 마산 분리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지금의 사태를 이같이 진단하면서, 해결방안을 꼭 극단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지금이라도 균등발전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불붙은 지역 정치권에 조언했다.

그 첫 번째로 세 도시의 환경에 맞는 차별화된 발전을 손꼽았다. 창원에서 일하고 진해와 마산에서 주거할 수 있는 도시조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개발 중이거나 앞으로 개발예정인 마산지역에 지금보다 좀 더 완화된 용적률을 적용해 세련된 복합주거도시로 탈바꿈시켜야한다고 했다. 통합3년 동안 피해본 마산지역에 일종의 ‘핸디캡’을 주자는 제안이다.

“당초 통합과정에서 몇몇 사람의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다소 서둘렀다. 그 결과가 이제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와 다시 되돌릴 수도 없고 이렇게라도 해서 불붙은 마산지역 민심을 달래 사태를 수습하고, 그런 다음 당초 계획대로 균등발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 전 의원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라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지역 발전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통합시 균등발전’ 나서야
세도시의 환경에 맞는 차별화된 도시조화 제시

세부적인 발전방안도 내놨다.

이 전 의원은 “마산상권이 다 죽었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하게 시작해선 또 무리를 가져올 수 있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한다”면서 청과물시장의 이전과 수산물시장의 환경개선을 조언했다.

실제 내서읍에 있는 청과물시장은 주거지역과는 거리가 멀어 주민들이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고, 또 그로 인해 지역 상권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 전 의원은 “애초부터 내서읍은 청과물시장으로 맞지 않는 자리다. 고속도로와 인접한 자리에 농수산물시장이라니…, 발상자체가 틀려먹은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서둘러 옛 농수산물시장으로 다시 청과물시장을 옮겨가고 이곳은 지리적여건상 물류센터가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산물시장의 환경개선도 시급한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이 전 의원은 부산의 자갈치시장을 롤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세부적인 방안까지도 머릿속에 그려 넣고 있었다. 바다의 해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정수기로 한 번 더 걸러 사용하면 수산물이 싱싱한 상태로 유지되고, 유통기간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수산물시장의 환경개선은 그가 시의원으로 활동할 당시부터 추진했던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자갈치시장을 제집 드나들듯 오갔고, 당시 마산시를 설득해 담당 공무원들과 현지답사도 마쳤다. 아쉽게도 그가 개인사정으로 재선에 나서지 못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그의 머릿속에만 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가 4년의 시의원 임기동안 생각하고 추진했던 대다수의 프로젝트들이 당시 ‘통합창원시’라는 지역 최대 이슈에 묻혀 빛이 바란 채 지금까지 사장돼 있다.

“지역사회봉사는 남은 삶이 내게 준 소명이다”
잘못 과감히 자르고, 실익 챙기는 ‘천상 정치인’

“늘 아쉬웠다. 평생 후회 없는 삶을 살았고, 이젠 지역 이웃들에게 눈을 돌려 나름의 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4년의 임기는 그 모든 것을 끌어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 전 의원은 옛 마산·창원·진해가 통합시로 발돋움할 무렵 사업실패 등 개인사정에 의해 재선에 나서지 못한 그때를 못내 아쉬워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 지금이라도 지역주민들을 위해 머릿속에 있는 프로젝트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지역사회봉사는 남은 삶이 내게 준 소명이다. 하지만 꼭 보이는 곳에서 드러낼 필요까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통합시 분열사태에는 열변을 토했다. 특히 박 시장의 갈등 봉합책에 대해서는 “곪을 대로 다 곪아 이미 상처가 터진 마당에 뭔 수습책이냐”며 거침없는 일성을 쏟아냈다. 또 한편으로는 “박 시장의 말처럼 이제 와서 다시 분리된다면 모양새도 그렇고 무엇보다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게 없다”며 ‘마산 분리 반대’를 주장하는 박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잘못된 것에는 거침없이 칼을 들이 대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실익은 철저히 챙기고 보는 그는 천상 정치인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는 별관심도 없다는 그였지만, ‘지역사회발전을 위해서’라는 시대적사명과 명분이 주어진다면 내년쯤 지역주민과 함께 동거 동락하는 예전 시의원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이진화 기자  sisa@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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