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장기영 기자] “NLL 문제가 남북문제에 있어서 나는 제일 큰 문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김정일) 위원장하고 인식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NLL은 바꿔야 합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방북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나눈 서해북방한계선(NLL)과 관련된 대화록 일부다. 그동안 설마 하던 것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온 국민은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을 국민들에게 감추고 속여서 김정일과 추진하려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가 조금만 더 길었다고 가정하면 지금쯤 NLL은 북한에 의해 무력화돼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개된 것만 놓고 보면 부관참시를 해도 모자라는 반역행위다. 시사코리아저널이 NLL을 둘러싼 노 전 대통령과 민주당 패거리들의 간 큰 작당(?)을 추적해봤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충격적인 사실을 공개했다. 그동안 실체는 건드리지 않고 논란만 계속하던 노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 내용인데, 서 위원장은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에 NLL 관련된 故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록을 신청해서 열람했는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인지 의심스러웠다”면서, “특히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 야당이 그동안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에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발췌록에 있는 NLL포기, 핵무기, 군사적 관계 등의 발언들도 놀라운데, 전문은 더 심할 듯하다”며 “이건 정상회담에서 나올 내용이 아니었다. 대화록이 아니라 보고를 드리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에 발췌문을 신청했다고 야당 의원들에게도 알렸다”며 “야당이 자신이 있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전문을 공개하는 것에 찬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핵무기에 관련해 분명히 발언했다”고 단언했지만, 자세한 내용에는 함구했다.

하지만 불과 나흘 만에 이 충격적인 문건은 국가정보원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고, 전국은 노 전 대통령의 경악스런 발언에 발칵 뒤집어졌다.

국가정보원은 2007년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북한 국방위원장 간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발췌본을 24일 전격 공개했다.

국정원은 비밀 생산ㆍ보관 규정에 따라 2급 비밀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공개한 발췌본 전문 중 ‘NLL 관련’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해외를 다니면서 50회 넘는 정상회담을 했습니다만,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노릇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습니다.”, “위원장이 지금 구상하신 공동어로 수역을 이렇게 군사 서로 철수하고 공동어로하고 평화수역 이 말씀에 대해서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단지 딱 가서 NLL 말만 나오면 전부다 막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데 위원장하고 나하고 이 문제를 깊이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게 아니냐…”, “임기 마치고 난 다음에 위원장께 꼭 와서 뵙자는 소리는 못하겠습니다만, 평양 좀 자주 들락날락 할 수 있게 좀…, 특별한 대접은 안 받아도…” 등이다.

앞서 새누리당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국정원에서 발췌본을 본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 표현을 썼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했다”면서 “NLL 포기가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완전히 배신한 것이다. 내 말이 조금이라도 과장됐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는데, 모든 게 사실이었다.

한 보수 논객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노무현은 김정일 앞에서 ‘헌법사항 아니다. NLL 바꾸겠다’고 충성하고 정상회담 끝나고 평통 강연에서는 ‘그 놈의 헌법 때문에 NLL 안 건드리고 왔다’고 국민을 속였다”며 “NLL을 포기하고 김정일의 입맛에 맞도록 바꿔주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이명박 정권으로 교체가 되지 않았더라면, NLL은 정상회담 초반에 김정일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대로 무력화되고, 서해바다 전체를 북한이 접수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간신배 노무현과 주군 김정일이 대한민국 국민을 속이기 위한 전략 전술을 짜는 상황이 훤히 다 보인다”며 “전문 보는데 30분도 안 걸린다. 다들 읽어봐라. 그래야 다시는 권력장들에게 사기당하지 않는다”며 대화록 전문이 실린 주소를 올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과 관련, 그간 말을 아끼던 박근혜 대통령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격노했다.

박 대통령은 6·25전쟁 발발 63주년이 되는 지난 25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오늘의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우신 국군 용사들, 유엔군 참전 용사들의 희생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피로 지킨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도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북한 국방위원장 사이의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전문이 전격 공개된 이후 서해 NLL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인식을 집중 성토했다.

새누리당은 NLL을 ‘서해평화협력지대’로 전환하자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영토 포기’ 발언으로 규정하고, (회담록) 공개에 반대했던 민주당의 저의가 드러났다며 공세를 취했다.

새누리당은 26일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고리로 민주당을 향해 “NLL 수호를 위한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황우여 대표는 “여야가 할 일은 NLL에 대한 분명하고 일치된 입장을 재천명함으로써 국론을 통일하고 외교·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라며 “6월 국회에서 NLL(서해 북방한계선)에 대한 여야의 분명한 공동선언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황 대표는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평화협력 구상이 훌륭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다”며 “이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면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에서 NLL은 어떻게 해야한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화록 공개 이후에 여야가 입장 차만 확인하고 남남갈등으로 치달아서는 안된다”며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하신 입장과 차이가 있는지 국민에게 분명히 밝혀야한다”고 촉구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우리 쪽에만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는게 광대한 우리 바다를 포기하는 것 아니고 무엇이냐”면서 “그동안 회의록 발췌본이 조작됐다고 억지를 부리던 야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온 국민의 낯에 먹칠한 NLL 발언에 대한 국정조사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황 대표와 입장을 같이 했다.

심 최고위원은 또 “노 전 대통령은 NLL, 북핵, 개성공단 남북경협 등에 대해 각 부처가 작성한 국가 기밀문서를 북한에 전달했다”면서 “반국가단체 수괴에게 국가기밀을 통째로 진상한 것은 이적행위이고, 국기문란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을 변호해 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진실로 밝혀진다면 노 전 대통령은 '반역의 대통령'이라고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원유철 의원은 “군통수권자가 우리 장병의 목숨과 바꾼 NLL을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라고 하는 등 궤변을 늘어 놨다”면서 “스스로 북한의 변호인을 자처하는 사이 북한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착착 진행시켰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NLL은 우리 젊은 청춘들이 지키려고 희생된 전장”이라면서 “민주당은 NLL을 사수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한 적 없는데 평화라는 이름으로 NLL을 내주고라도 조용하게 지내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국민적 공분을 대변한 새누리당의 진실규명에 민주당 등 진보진영은 궤변으로 맞섰다.

한 ‘노빠(노무현 지지자) 신문’은 사설에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엉뚱한 곳으로 번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NLL 논란 재연은 백해무익하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사실은폐에 급급했다.

민주당도 이 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국가정보원의 반격에 나섰는데, 그이유가 10·4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발췌본의 전체내용에는 아랑곳없이 너무나 당당하게 이 부분만 물고 늘어졌다.

김한길 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우리는)NLL 포기는 시도도 안 했고 지금도 NLL은 수호되고 있으며 민주당은 앞으로도 앞장서서 NLL을 사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 역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고 NLL 관련 발언 역시 한국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을 까발리고 비난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며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국정원과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또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국익에 상처를 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대선개입이란 국가문란행위를 덮기 위해 법을 무시하고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작전하듯 감행했다”며 남 원장을 공격했다.

박 대통령을 겨냥해선 “NLL은 젊은이들의 피와 죽음으로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말씀”이라면서도 “오늘의 민주주의는 군사독재 치하에서 더 많은 피와 죽음으로 지켜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새누리당에 “정상회담 회의록이 적법절차 없이 국민에게 공개된 이상 국회법 절차를 거쳐 2007년 정상회담 당시 회의록과 부속자료를 모두 제출할 것을 요청한다. 이로써 적법절차를 밟고 NLL관련 발언으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게 바람직하다”며 당시 정상회담 관련 자료 확인을 요구했다.

정치권의 아전인수(我田引水)야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민주당의 억측은 국민들을 질리게 한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서 2007년 10·4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자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제가 회의록을 최종 감수하고 다음 정부에 넘겨준 사람”이라며 “NLL 포기 발언이 있었다면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해명도 없다.

문 의원 그 자신도 ‘NLL 대화록’ 열람 사실 공개 이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눈치만 살피고 있다. 최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당 차원의 국정원 규탄 결의대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침묵에는 문 의원만 있는 게 아니다. 같은 당 소속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에 대해선 아예 입에다 지퍼를 채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장관의 거짓말이 국정원의 발췌본 공개로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이 전 장관은 정상회담에서 NLL 논의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노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 NLL 발언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던 지난해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공식 수행원이었던 그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정상회담에서 NLL 관련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녹취록 존재도 부인했다.

그는 “어떤 단독회담도 없었고 비밀 합의도 없었다. 이와 관련한 ‘비밀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밀’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정상회담 대화록은 녹취록을 토대로 작성한 문서다. 이후 이 전 장관은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해왔다.

이 전 장관은 대선을 앞두고는 “두 정상 사이에 NLL관련 논의나 주한미군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도 했다.

이런 새빨간 거짓말이 국정원에 의해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며 실체가 드러났는데도, 민주당은 이 부분에 대해선 아예 입을 닫고 오직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만 붙잡고 늘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 명의로 박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하고, 범국민서명운동, 원내·장외 병행투쟁에 돌입키로 하는 등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에만 사활을 걸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이 그랬든 것처럼 국민의 눈을 또 한 번 가려보자는 수작이다.

하지만 일개 보수논객의 ‘간신배 노무현이 주군 김정일에게 NLL을 갖다 바치려 했다’는 비아냥거림에도 입 다물며 제대로 대응도 못하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고 별다른 돌파구도 안 보인다. 국민들이 던지는 돌팔매질을 감수하더라도 민주당이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기영 기자  sisa@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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