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이우근 기자］역사상 춘천지역은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여 왔다. 성호 이익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에서 춘천을 가리켜 “한사람이 입구를 막으면 만 명이 쳐들어와도 뚫을 수 없는 요지”라고 하였다. 특히 봉황의 모습을 닮은 춘천의 진산 봉의산은 환난 때마다 천혜의 조건을 이용하여 춘천을 사수하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지금도 가파른 산등성이를 단단히 지키고 있는 봉의산성이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1882년(고종 19) 임오군란 발생이후, 국가 변란 등 유사시에 대비한 피난처를 물색하던 중 춘천보장론이 힘을 얻었고 이에 따라 수도 한양의 동쪽 봉의산 자락에 위치한 춘천유수부 관아에 춘천이궁을 건립하기로 결정하였다. 춘천이궁은 1888년(고종 25) 초대 춘천유수 김기석이 공사를 시작하여 1890년(고종 27) 2대 춘천유수 민두호가 완공하였다. 완공 후 고종이 실제로 이곳에 행차한 적은 없었지만, 이궁이 춘천에 위치함으로써 원주에 있던 강원감영이 폐쇄되고 1896년에 춘천이 강원도의 수부(首府)가 되어 오늘날과 같이 강원도청 소재지가 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 보양루-위봉문 복원후 조감도.

조선 인조 24년(1646)에 춘천 부사 엄황이 조성했던 관아를 기반으로 조성된 춘천 이궁은 문소각(聞韶閣 : 임금의 침실), 조양루(문소각의 문루), 위봉문(문소각의 내삼문), 조양문(朝陽門 : 문소각 후문)⋅묘천문(妙泉門 : 문소각 서문)⋅귀창문(歸昌門 : 내아로 출입하는 문) 등 총 27채의 크고 작은 건물들로 이루어진 대규모의 관아였고, 이궁 주위는 성처럼 담장을 쌓아 왕궁의 품격을 갖추었다. 이중 조양루와 위봉문이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까지 남아있게 되었는데, 조양루는 순종 융희 2년(1908)에 우두산으로 옮겨 세웠고, 위봉문은 1955년에 도청 뒤편으로 옮겼다가, 1972년에 도청 앞으로 다시 옮겨진 바 있다.

그동안 춘천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원위치가 아닌 곳에서 역사적 중요성을 상실한 채 의미 없이 서있던 조양루와 위봉문의 원형복원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조양루와 위봉문을 원위치에 이전, 복원함으로써 이궁 소재지로서 강원도와 춘천의 역사적 가치를 되살릴 수 있고, 춘천시민은 물론 강원도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 조양루(좌)와 위봉문(우)

문화정책을 중시하는 최문순 현도지사 부임 이후 강원도는 이 요구를 수용하여 마침내 작년 9월 20일 기공식을 겸한 이안고유제(移安告由祭)를 개최함으로써 조양루와 위봉문을 강원도청 관내 원위치로 이전, 복원하는 공사에 착수했다. 강원도는 올해 상반기 조양루와 위봉문의 원형복원을 완료하면, 이곳을 시민들에게 개방하여 역사유적공원으로 활용하고, 경관조명 설치 등을 통해 도심 속 휴식공간의 역할도 부여할 예정이다.

이우근 기자  lwk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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