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코리아저널 이우근 편집위원.

송나라 황제가 포청천에게 하사한 3개의 작두의 용도는 어떤가. 개작두는 일반 평민용이고, 호작두는 관리처벌용이며, 용작두는 황족이 죄를 지었을 때에 사용하는 작두다. 이들 범법자들에게 가해지는 작두 사형은 확실히 야만행위다. 그러나 단죄함에 환호하는 백성의 박수소리도 들린다. 엄정한 법의 집행을 보는 착한 백성들의 박수다. 오죽하면 극형을 보고 좋아하면서 박수를 치랴.

포청천을 보면서 공감하는 것은 법의 공정성이다. 법의 공정한 집행을 저해하는 어떠한 압력도 단호하게 거부한다. 우리는 박정희 독재시절 세계 사법사상 찬연히 빛나는(?) 인혁당 사건의 사법살인을 목격했고, 그것은 나중에 후세대에서 증명되었다. 검찰. 법원은 당연하고, 아니 국민 모두가 얼굴을 못들 치욕적인 사건이 아닌가. 전두환 이명박 정권하에서 법의 잣대가 얼마나 신축성이 있었는지도 잘 봤다.

요즘 국민의 시선은 온통 검찰과 법원에 쏠려 있다. 원전 비리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국민에 대한 반역 행위다. 원전사고가 발생해서 대한민국이 방사능의 낙원이 되는 경우를 한번이라도 상상해 봤는가. 얽히고설킨 비리의 쇠사슬은 호작두가 아무리 많아도 모자랄 지경이다. 관리감독을 잘못하여 전기가 모자라는 판에 정부는 무슨 낯을 들고 국민에게 절전을 호소하는가.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는 귀가 아플 정도로 듣는다. 그러나 국민의 웃음소리는 얼마나 들리는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재산을 빼돌린 재벌들의 범죄는 어떻게 처단할 것인가. 바로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정부와 검찰을 주시하는 이유는 바로 이 사건들이 국가의 기틀을 붕괴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무슨 얼굴로 국민에게 세금을 내라고 한단 말인가. 검찰총장이 포청천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국민의 탓이 아니다.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건만 해도 그렇다. 국민이 들어서 유쾌하지 못한 이야기들이다. 전두환의 아들 전재국이 등장하고, 이명박의 사위가 등장한다. CJ 그룹에 이재현이 등장하며, 사랑받던 연극배우 윤석화의 이름도 들먹인다. 이들을 보는 국민의 감정은 어떤 것일까. 가슴이 찢어진다. 찢어진 가슴이 분노로 채워질 때 어떤 일이 생겨날 것인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았는가. 국민의 시선을 요즘 뜨겁게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포청천이 나타나 물어 본다면 필요한 것은 오직 호작두와 용작두 뿐이라고 국민이 대답하지 않을까 겁이 난다.

우리사회가 왜 이 지경이 됐는가. 죄를 짓고도 당당하다. 어디로든지 도망칠 수 있는 구멍이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돈이 최고의 권력이고, 돈만 뿌리면 무엇이든지 다 해결이 되는 세상이라고 믿는다. 뇌물의 연결고리가 바로 원전 비리다. 언론은 원전에 대해 바른 보도를 하지 않는다. 죄를 저지르고도 권력과 재물이 있다고 벌을 받지 않으면 권력과 재물이 없어서 없는 죄도 뒤집어 써야하는 불쌍한 국민의 가슴은 어찌되는가. 포청천이 이 시대에 있다면 작두형의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겠는가. 지금 입 다물고 있는 우리의 언론은 할 말이 있는가.

돈이 최고가 아닌, 사람의 정이 최고가치가 되는 바른 사회는 아직 멀었는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방법에는 선구자적인 시작이 어렵다. 검찰이 서릿발 같은 법집행을 보여 준다면 다음부터는 어느 누구도 죄를 짓지 못할 것이며, 어떤 정치세력도 검찰에게 압력을 가해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덮을 수가 없을 것이다. 누가 포청천의 정신을 이을 것인가. 국민이 기다리고 있다. 죄를 지면 죄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돈 없고 빽 없어서 죄를 받는다는 무전유죄라는 인식이 국민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이 땅에 정의는 없다.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은 권력의 눈치를 철저히 외면하는 검찰의 엄정한 손에 달려 있다.

이우근 편집위원  lwk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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