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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대항마' 찾기 부심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안 전 교수는 대통령 선거 투표일 출국한 뒤 80여일 간의 미국 체류를 마치고 지난 11일 귀국했다.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 전 교수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편을 갈라 대립하는 높은 정치 대신, 국민의 삶과 국민의 마음을 중하게 여기는 낮은 정치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숨을 덜어주는 것이 빚을 갚는 일”이라면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선거 출마가 그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과 관련해서는 “성원과 기대에 못 미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함이고, 불찰”이라고 회고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에 대해서도 “저의 부족함에 대해서 무한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동의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송호창 의원과 금태섭·강인철 변호사 등 전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들은 물론, 팬클럽 회원까지 대거 마중을 나와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안 전 교수는 취재진과의 질의 답변을 끝내고 곧바로 자택으로 이동, 휴식을 취한 뒤 12일 국립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재개 활동에 들어갔다.
그는 특히 귀국 이틀 만인 지난 13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지역민심 다지기에 돌입했다.
지역주민과 기자들이 몰려든 노원구청 앞에서 그는 '예비후보 신고식'을 치렀다. 이 자리에서 안 전 교수는 "대선 후보때 가진 생각을 모두 버리고 새로 출발하는 정치신인으로서, 현실 정치에 몸을 던지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 끝난 뒤 구청 1층 로비와 민원실을 방문하며 주민들을 만난 안 전 교수는 "상계동으로 이사 온 안철수다. 잘 부탁드린다"면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어 지하철역 등 인구밀집지역에서 지역구민들과 만남을 이어간 안 전 교수는 선거사무실을 계약하고 조만간 개소식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전 교수의 정치재개에 여당은 물론 야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예상보다 빠른 정계복귀 선언으로 모든 정치권의 셈법이 뒤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선 패배 이후 불거진 주류·비주류 간 갈등으로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체질개선 작업에 들어간 민주당은 당 혁신 작업과 5월 전당대회 준비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4월 재보선 준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안의 귀환'이 이뤄지자 야권은 마치 '뜻하지 않은 일격'을 당한 듯 머릿속이 복잡해진 것은 당연한 결과로 분석된다.
일부 야권에서는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노원병 출마가 성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야권 후보에게 유리한 노원병 선거구라지만,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 김지선 씨를 비롯해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에서도 후보를 낼 계획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물론 야권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막판 야권단일화 가능성도 충분하다. 또 모든 여야 정당에서 후보를 내더라도 안 전 교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지율을 받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버리는 카드'로 예상됐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13일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새누리당 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홍정욱 나경원 원희룡 전 의원 중에 '대항마'가 결정된다면, 안 전 교수에게도 그리 녹록한 승부수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재·보선은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아 조직선거 경향을 띠기 때문에 무소속의 안 전 교수로서는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안 전 교수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인지도가 다른 후보들보다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보수진영에서는 잇따라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일부 종합편성채널과 보수논객들은 "안철수, 철새정치인에 다름 아니다"거나 "안철수가 서울시장 재보선에 얼굴 처음 들이댔을때 지지율 70%대였지만, 지금 야권강세인 노원 다자구도에서 35%대면 이미 끝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다소 노골적 표현들이 그것이다.
또 어떤 보수논객은 "안철수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가 많듯이 노원에서도 역시 안철수의 행태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태에 분개하고 있다"는 식으로 '제2의 안풍'을 경계하고 나섰다.
4월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더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사실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 자체가 아니다. 안 전 교수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본격적으로 추진될 신당 창당의 '후폭풍'이다.
한국갤럽이 최근 전국의 성인 1239명을 대상으로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제1야당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하면 지지율이 23%로, 새누리당 3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민주통합당은 11%,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은 각각 1% 지지율에 그쳤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신당 지지율안 전 교수가 예상보다 빨리, 전격적으로 현실정치에 '등판'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정권 초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동시에 서울지역에서 보궐선거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정치적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 6개월 정도는 ‘새정부 프리미엄’을 갖는 '허니문' 기간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인사에서 난맥상을 보여준 데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있어서도 야당과의 협상력 부재를 드러내면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 중에서도 대선 이후 당의 정체성 혼란과 주류·비주류간 갈등으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이 등판을 앞당겼다는 분석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따라서 안 전 교수가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야권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가 궁극적으로 신당 창당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고 보면, 벌써부터 국회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한 뒤 창당 전 교섭단체를 만드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렇게 될 경우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민주당이다. 5월 전당대회 구도가 기존의 '친노'와 '비노 대결에서 ‘친안철수’ 대 ‘반안철수’ 진영으로 갈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당 대표 출마 예상자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민주당 쇄신 작업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고, 자연스럽게 민주당 현역의원들 중 상당수가 '친안철수' 진영으로 급격하게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 정치권이 모두 '제2의 안풍'을 경계하고 있지만, 사실은 현 정치권 스스로 '안철수의 귀환'에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권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유제 기자
박유제 기자 forall@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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