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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없다박유제의 시사톡톡
  • 박유제 기자
  • 승인 2013.02.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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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의 비약이지만, 어떤 나라의 대통령 후보가 이색적인 선거공약을 내놨다고 치자.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5년 임기 안에 모든 국민들이 로또복권에 당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표를 ‘구걸’했다. ‘로또 공화국’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권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에게 표를 던졌고, 당선됐다.
그런데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살펴보니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었고, 곧 대변인의 ‘입’을 통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언론들은 앞장서서 ‘현실을 중시하는 대통령’으로 ‘덧칠’을 해댔다.
하지만 그 나라 국민들은 곧 ‘대국민 사기극’에 다름 아니라며 거세게 항변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국민들에게 ‘준법 교육’을 시켜야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 나라 대통령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을까?

다시 우리나라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보자.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담은 국정과제 발표를 끝으로 50일 간의 활동을 모두 마감했다. 그리고 25일, 대통령 취임식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일단은 축하 인사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동시에 이런 저런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부정적인 평가가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다. 말이 나와도 너무 많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5년을 책임져야 할 주요 인선에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벌써 ‘보따리’를 쌌고, 일부는 ‘자진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박근혜 인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하다 못해 따갑다. 당선인 시절 비서실 및 인수위 소속 인사 2명이 해외 '접대골프'를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알려진 것을 시작으로 MB정부 뺨치는 ‘강부자’라거나 ‘왕실장·왕수석’ 등이란 표현이 대표적이다. 그러다보니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탈락자가 나올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정부조직개편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난항을 거듭할 경우 정치권의 이 같은 전망은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출발선에서부터 가로막는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새 정부의 내각 공백 사태가 역대 정부 중 가장 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선 문제와는 별개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적‘직설법’도 심상찮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목표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억장이 무너질 국민들이 한 둘이 아니다.
대선 후보자 토론에서 언쟁이 벌어졌던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 부담’ 공약은 사실상 포기했고, 성장 필요성이라는 명분으로 그토록 강조했던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폐기처분됐다.

모든 대선후보들이 들고 나왔던 일자리 공약도 후퇴했다. 2015년까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국정과제에서는 목표시기를 명시하지 않았다.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 유도 공약도 대기업이 스스로 고용 현황을 공시하는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박근혜 노믹스’의 키워드가 사라진 셈이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하위 70%의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 역시 재원 마련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앞으로 어떻게 시행될 지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다보니 경제학자들은 공개적으로 ‘박근혜 노믹스’에 세 가지가 없다고 지적한다. 구체성, 재원, 노사문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에 휘발유를 끼얹는 또 다른 자충수가 터져 나왔다. 새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 가운데 국민을 대상으로 준법교육을 시키겠다는 이른바 ‘제2의 국민교육헌장’ 논란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 담긴 국정과제에 국민을 대상으로 한 준법교육이 들어있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국민을 ‘섬김’의 대상이 아니라 ‘훈육을 통한 통치’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준법 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보면 준법의식 함양을 위한 헌법교육 등 법 교육 강화, 체험형 법 교육 테마파크 조성, 법 체험 포털 활성화, 법질서 확립운동 및 공익캠페인 등이 적시돼 있다.
국민을 교육의 대상으로 간주한 전제부터가 반민주적인 발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국민교육헌장'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충분히 나올 법한 이유다.

더욱이 대선 과정에서의 불법적인 국정원 여직원 여론조작 사건과 ‘십알단’ 사건에 이어, 새 정부 주요 인사들의 불?탈법 행위가 하루가 멀게 터져 나오는 마당에 국민에게 준법교육을 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아이러니다.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까 싶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의 5년 임기가 25일 0시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새 정부의 출범이 구시대 정치로의 회귀와 맞닿아있다면 미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이 새 정부 내각구성에서부터 '책임 지는 정치'를 기대한다.

박유제<편집국장>


박유제 기자  forall@korea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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