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경험도 없고 자질이 돼 있지 않은 아들을 무리하게 위임목사로 세운 것이 내 일생 최대의 실수다. 하나님 앞에 잘못을 회개한다”
한국 대형교회의 ‘부자세습 1호’라 불리웠던 서울 충현교회 故 김창인 원로목사가 별세하기 전인 지난해 6월 세습에 대한 잘못을 공개적으로 회개하며 고백한 말이다.
개신교 안팎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으며 이 일 후 9월에는 감리교단에서 급기야 ‘세습금지법’까지 만들었지만 담임목사직을 대물림하는 대형교회의 세습은 계속 진행됐다.
우리나라 기독교의 대표 기관이라 할 수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대표 회장 출신 목사들이 연달아 세습을 결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기총 대표 회장 출신 가운데 지덕 목사(강남제일교회)가 가장 먼저 2003년 아들 지병윤 목사에게 교회 담임 자리를 물려줬으며, 한기총 회장을 세 번이나 지낸 길자연 목사(왕성교회)는 지난해 10월 길 목사의 아들 길요나 목사를 후임 목사로 결정했다.
또, 현재 한기총 회장인 홍재철 목사(부천 경서교회)는 본인이 당회장직을 유지하고 아들 홍성익 목사가 2010년부터 담임목사직을 맡아 사실상 변칙적인 세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광림교회와 금란교회 등 대형교회들의 세습은 셀 수 없이 많고, 사회적으로 비난 여론이 거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교회를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는 목사들의 이기적인 탐욕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 교회 담임목사직 세습 관행 중단을 위해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 공동대표 김동호,손봉호,오세택)가 출범했으며 현재까지 세습 반대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세반연은 지난 19일 ‘교회 세습, 신학으로 조명하다’라는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교회 세습 문제가 반성경적 행위임을 신학적으로 조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나선 신학대 교수들은 교회 세습을 정당화하는 성경적 근거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성경 전체는 교회 및 목회직 세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성민 웨스터민스터신학대 교수는 “세습을 단행한 대다수의 교회들이 안정적인 목회와 적법한 청빙절차를 이유로 세습을 정당화 하려고 하지만, 구약성서를 보면 안정적인 리더십의 핵심은 혈연이 아니라 모세가 여호수아를 후임자로 지목한 것처럼 준비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독교는 구약이 아니라 새언약(신약) 위에 세워진 만큼, 구약시대의 제사장과 개신교 목사를 동일시 해서 세습의 근거로 삼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현요한 장로회신학대는 “교회의 세습은 사회가 무어라 하든, 다른 교회가 어찌 되든 자신들의 교회만 좋으면 된다는 개교회주의적 발상을 드러내 교회의 거룩성과 보편성 등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또 “교회 세습은 교회의 목회직이 무슨 세속적인 권력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거룩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교회의 거룩함은 ‘속됨’으로 왜곡되고 거룩한 섬김의 직무는 ‘지배하고 군림하는 권력’으로 왜곡된다”고 비판했다.
교회 세습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진짜 썩어도 너무 썩어서 악취만 풍기는 기독교. 특히 한기총 24차 정기총회에서 조용기 목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의. 더 웃긴 건 아들한테 왕성교회를 세습한 길자연 목사가 '자랑스런 지도자상'을 받았다. 진짜 구역질 난다”, “길자연-홍재철이 한다는 말이 ‘교회세습을 반대하면 한국 교회를 위해 단호히 대처’할 거란다. 교회가 맞서 싸워야 하는 게 세습반대 여론이었나?”라는 등의 거센 비난과 야유를 보냈다.
또 “권력과 세습을 따르며, 윤리성을 상실한 교회들은 예수 세일 싸구려 백화점일 뿐이다. 이제 눈물도 안 나온다”며 안타까워 하는가 하면, “대형교회 교회세습은 교인과 교계를 절망에 빠뜨리는 행위이다, 대형교회 세습행위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목회 관련자 10명 중 8명이 교회 세습 반대하나 ‘세습 문제는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라고 하면서도 10교회 중 8교회는 세습하고 만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부와 권력을 누리는 담임목사직을 자녀에게 세습하는 행위는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더라도 교회의 성경적 정체성을 파괴하며 교회의 복음 전파 사명을 방해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담임목사직 세습은 권력화로 물든 한국교회의 모습을 갱신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세습 문제가 기독교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지 못하고 단순히 ‘자기교회’의 문제로 여기며 권력과 부를 대물림하는 세습의 관행을 뿌리 뽑지 못한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리 기자 pjl11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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