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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
  • 박유제<편집국장>
  • 승인 2013.01.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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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24일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위원장을 비롯한 26명의 인수위원들은 출범 당시 “가장 모범적인 인수위가 되도록 하겠다”며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수위원들의 ‘의욕적인’ 출발과는 달리 인수위는 그 동안 각종 언론으로부터 ‘깜깜이 인수위’라는 평가와 함께 ‘밀봉 브리핑’이라는 수식어가 곧잘 따라붙었다. 국민과의 소통 부재에 대한 ‘돌 직구’인 셈이다.

실제로 박근혜 당선인의 ‘철통보안’ 한 마디에 인수위원들에게 사실상의 함구령이 떨어지면서 정부조직 개편이나 부처별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국민들은 속을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누구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함구령 인수위’가 된 것이다.


그 결과 지난 15일 발표된 차기 정부조직개편안도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 여야 정치권과의 사전협의 과정 없이 인수위가 일방적으로 전격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전에는 통상 여야를 불문하고 사전 언질을 주고, 일부 개편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조율했던 기존 관행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이보다 앞서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 역시 당초 예정됐던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취소하거나 기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업무보고를 마친 일부 부처 관계자들은 “브리핑은 인수위에서 모두 담당하기로 했다”는 말로 입을 굳게 닫았다. 어느 누구로부터 어떤 얘기도 들을 수 없었으니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가 철저히 배제된 것은 물론이다.

오죽했으면 박 당선인의 ‘입’이면서 자신이 그토록 강조했던 인수위의 ‘유일한 기자’라고 하는 윤창중 대변인에 대해 “말 하지 않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 대변인”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리겠는가.

그렇다면 박 당선인이 그토록 강조한 ‘철통보안’은 이뤄졌을까? 지난 22일 오전 9시40분께 인수위원회 건물에 정장을 차려입은 30대 괴청년이 침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른바 ‘셀프 특위위원’의 무단진입 사건이다.

그는 느닷없이 인수위 기자회견장 단상에 올라 자신을 소개했다. 예정에 없던 ‘인사’를 받고 어리둥절한 출입기자들이 그의 신분과 배경을 물었지만, 그는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신 데 대해 제 한 몸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걸 바치겠다”거나 “모든 악재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우산이 되겠다”는 등 이해 못 할 말들을 이어갔다.

시종일관 횡설수설하다가 결국 밖으로 끌려 나간 그는 확인 결과 인수위원도, 특위 위원도, 출입기자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누구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정문을 통과해 인수위 사무실에 들어갔다. ‘불통의 벽’에 둘러싸인 인수위의 ‘철통보안’에 예상 밖의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일부 언론과 야권에서는 인수위가 연일 철통보안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북한 소행의 기자실 해킹’ 논란이 불러일으키더니 출입자 통제도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제출 무산 역시 다각도의 검증이 부족했던 결과이면서 동시에 정부를 포함한 범여권의 소통부재가 낳은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과의 양방향 소통 부재는 사실 MB정부의 ‘단골메뉴’였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2008년, FTA 협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여론에 ‘명박산성’이라 지칭되는 컨테이너박스로 철벽을 쌓았다. 그리고 국민들이 체감한 ‘불통의 정치’는 이후 5년 동안 지속됐다. MB정부의 정보공개비율이 10% 이상 줄고, 청와대의 경우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전부공개율이 2007년 65%에서 2011년 24%로 크게 감소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인수위의 각종 업무스타일은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 정치지향점을 내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인수위 ‘소통 부재’가 MB정부와 별반 차이가 없다면, 새 정부 5년 동안 국민과의 소통 부재를 벌써부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소통’은 통치권자의 선택사항이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인수위 활동기간은 아직도 한 달가량이 남았다.

박유제<편집국장>  forall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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