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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쇄신, ‘죽 쒀서 개 줬다’의원연금 폐지 논의중단 이어 ‘투잡’ 욕심에 겸직금지도 흐지부지
“권력 남용해 제 밥그릇만 챙기면 깡패두목과 뭐가 다르냐?” 비난
  • 이환수 기자
  • 승인 2013.01.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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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코리아저널 이환수 기자] 선거가 끝나자 정치판이 또 쓰레기본능을 잊지 못하고 개 쓰레기 같은 짓을 하고 있다. 선거 내내 부르짖던 ‘정치쇄신’은 벌써 까맣게 잊은 지 오래다. 새해벽두부터 개 쓰레기 짓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새해 예산안에 국회의원 연금과 민원성 ‘쪽지 예산’을 슬그머니 끼워 넣는가 하면, 의원연금 폐지 논의는 아예 중단해버렸다. 여기다 대선 이후 논공행상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겸직금지 논의도 쑥 들어갔다. 정치판에서의 ‘정치쇄신’은 여전히 요원한 과제가 돼 버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새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4조원을 증액했다. 그런데 이 많은 돈을 편성하면서 이에 따른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대신 지난해 12월 21일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학용, 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에게 증액 심사를 위임했으며 이들은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 머물며 편법으로 ‘밀실 담합 심사’를 했다. 공식 회의가 아닌 탓에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이 담긴 쪽지를 바탕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짤 수 있도록 방조한 셈이다. 이는 계수조정소위가 감액 심사를 위해 모두 6차례 회의를 열고 속기록까지 남긴 것과 대비된다.

특히 계수조정소위 소속 여야 의원 9명은 법정 시한(12월 2일)은 물론 헌정 사상 최초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직후 외유성 해외 출장까지 떠났다.

예결위원장인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김재경·권성동(이상 새누리당), 안규백·민홍철(이상 민주당) 의원 등 5명은 지난 1일 오전 6시께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한 뒤 9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3시께 10박 11일 일정으로 중남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학용·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과 최재성·홍영표 민주당 의원 등 4명은 다음 날인 2일 아프리카로 향했다. 이들은 “예산 심사 시스템 연구”를 출장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행선지가 연관성이 낮은 남미와 아프리카라는 점에서 외유성 출장이란 지적이 나온다. 1억 5000여만 원의 출장 경비 역시 모두 혈세로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일자 멕시코에 머물고 있는 장 위원장은 “공식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 조기 귀국하려 한다”고 밝혔다. 예결특위는 오는 20일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출장을 준비하다 논란이 일자 보류했다.

정초부터 정치판의 개 쓰레기 짓에 국민들의 탄식과 원성이 높아지자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해외 출장과 외유 자제를 당부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예산 증액 심사권의 간사 위임 금지, 증액 심사 속기록 작성 의무화 등을 국회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해 예산안에 의원 연금 관련 예산 128억 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야는 의원들의 외교활동비(1억 8000만 원)와 집기 구입비(2억 원) 등을 삭감했지만 정작 의원들의 과도한 특권의 상징인 ‘헌정회 지원금’은 손대지 않았다.

의원 연금은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가 만 65세 이상 회원들에게 매달 120만원씩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재원은 회원들이 미리 낸 적립금이 아니라 모두 국민 세금이다.

단 하루만 의원 신분을 유지해도,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다른 정부 지원금이나 연금에 상관없이 꼬박꼬박 지급돼 ‘퍼주기 연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야는 지난해 의원 연금을 폐지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공염불’이 된 것이다.

여기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내내 정치쇄신을 외쳐대던 정치판이 막상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며 벌써부터 딴청이다.

국회의원들의 겸직금지를 약속했지만 막상실천하려니 눈앞의 돈에 눈이 멀어 ‘투잡’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겸직 금지의 핵심 쟁점은 2가지였다. 하나는 국회의원을 하면서 변호사나 교수, 기업체 대표 등으로 활동하는 ‘투잡(two-job)’ 허용 여부였다. 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투잡 금지'에 대해선 일찌감치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제는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국무총리나 장관으로 입각하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였다. ‘장관이 꿈’인 의원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구분 없이 의원들의 반대가 거셌다. 현행 국회법에선 대통령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일부 공직을 제외하곤 의원의 겸직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의원의 장관 겸직은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의 핵심 기능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역대 정권이 장관직을 미끼로 여당 의원들을 관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19대 국회 개원 직후인 지난해 6월 의원총회를 열어 특임장관을 제외한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는 것으로 당론을 모았다. 영리 목적의 투잡 역시 금지 대상이었다. 여상규 의원은 같은 해 7월 3일 당을 대표해 이런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민주통합당은 당초 ‘국무위원 겸직은 특권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태도였다. 새누리당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여야 논의 끝에 민주당도 국무위원 겸직 금지에 찬성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는지 다시 부정적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새누리당에서도 벌어졌다. 진영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기자들에게 “관료들이 죽 장관 되는 것은 문제”라며 의원들의 입각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진 부위원장은 18대 의원 때인 2009년 3월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지난해 여상규 의원 법안에도 서명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9대 의원 300명 가운데 투잡 의원은 97명으로 교수 등 교육계가 37명, 변호사가 23명, 기업체 대표 등 경제계가 15명 순이었다.

정치권의 개 쓰레기 짓이 계속되자 정치권 안팎의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모 언론과의 통화에서 “예결위원들이 예정된 외유 계획에 맞춰 예산심사를 끝내려고 했다면 그것이 제대로 진행됐겠느냐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국가 재정을 고려해 치밀하게 심사해야 할 예산안을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원 전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도 의원들의 선심성 지역구 예산 확보와 관련해 “자신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서 자기 예산을 먼저 챙긴다면 깡패 두목과 뭐가 다르겠느냐”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예산심사 개선책과 관련해 “국민이 예산심사를 방청하거나 국회TV로 중계하는 등 예산심사 투명성을 강화해 예산 증·감액에 대해 의원들이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쇄신 뒷걸음질에 대한 비판여론이 이어지자 ‘제 머리 깎기’를 외면한 정치권은 비판 여론에 떠밀려 국회 정치쇄신특위 가동에 나설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여야가 정치쇄신특위 가동에 잠정합의한 상태로, 1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대로 그 부분이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1∼2월에 (정치쇄신 문제를) 결판내면 좋겠다”며 “기존에 합의가 이뤄진 의원연금 폐지, 국회의원 겸직 금지 등 4건은 1월 국회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미합의 과제는 계속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해말 정치쇄신특위를 만들어 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새 정치 과제를 다루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야가 지난해 11월 활동이 종료됐던 쇄신특위의 재가동 합의를 새삼 언급한 것은 '예산안 부실 심사’의 후폭풍을 피하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밀실 심사’, ‘쪽지 예산’ 논란이 제기된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는 폐지를 약속했던 헌정회 지원금(의원연금)이 그대로 통과돼 논란이 일었다. 또 일부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예산안 처리 직후 아프리카와 중남미로 '외유성 출장'을 나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쇄신특위는 의원연금 폐지를 비롯해 국회의원 영리업무 겸직 금지 등의 정치쇄신 과제를 논의하는 조직. 여야는 쇄신특위를 통해 ‘기득권 내려놓기’의지를 보여준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 같은 쇄신논의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국회 쇄신특위가 제시했던 의원연금 폐지 등 4대 과제도 입법화까지 이르지 못해 ‘보여주기’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예결특위의 상임위 전환 등도 계속된 논의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 이 때문에 ‘정치쇄신’은 정치권이 실천하기 전까지는 ‘말잔치’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환수 기자  naewoe45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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