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이환수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자가 18대 대권을 거머쥐면서,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대통령 시대를 열었다. 막판까지 선전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예상과는 달리 초반부터 박 후보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개표 내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대구와 경북은 물론 믿었던 부산과 경남마저 박 후보를 선택하면서 승부는 일찌감치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문 후보의 ‘통큰 욕심’이 야권의 희망이었던 안철수 전 후보를 끌어내렸고, 이로 인해 정권교체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99.3%의 개표가 마무리된 지난 20일 새벽 2시30분. 박 후보는 51.5%(1567만8559표)의 득표율로 제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47.9%(1459만363표)를 기록한 문 후보는 박빙이 예상됐던 초반의 승부와는 달리 무려 108만8196표차로 무릎을 꿇었다.
최종 투표율은 75.8%로 잠정 집계됐다. 역대 최저로 남은 17대 대선(63%)의 투표율을 12.8%포인트나 웃돌며 2000년 들어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당선인사 기자회견에서 “과거 반세기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다”며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또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상생과 공생의 정신은 선조가 우리에게 물려준 훌륭한 자산이다. 이제 상생과 공생의 정신이 정치·경제·사회 곳곳에 스며들도록 제가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특히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제가 오늘 제18대 대통령 당선자로 이 영광스런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과거 70년대 이룩한 ‘잘살아보세’의 신화를 거론하며, 이와 같은 신화를 다시 이루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는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 어렵다. 1960년대 초 1인당 국민소득이 100불에도 미치지 못한 나라에서 2012년 지금은 그 200배가 넘는 2만 불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주부님들의 장바구니 물가와 젊은이들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고통은 여전히 크다”며 경제적 위기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먹고사는 것 걱정하지 않고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는 분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대통합이고, 경제민주화이고, 국민행복”이라고 말했다.
튼튼한 안보와 신뢰외교를 통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박 당선인은 “이번 선거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치러졌다”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우리가 처한 안보현실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국민 여러분께서 제게 주신 소명은 바로 이런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동북아의 화해·협력과 평화가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향후 5년을 이끌 대한민국의 수장이 바뀌면서 이에 따른 정책변화도 뒤따를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직후 정치개혁 실천 등을 위해 가칭 ‘국정쇄신정책회의’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자신의 정치쇄신 공약뿐만 아니라 야권 후보의 공약 등 대선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 전반을 수렴 ㆍ검토해 실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국정쇄신정책회의 의장은 대통령이 맡고 정부 부처 장관들과 국무총리실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부정책 책임자들이 참여한다. 특히 국민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와 시민대표, 야당 추천 인사들이 3분의 1 이상 포함된다. 또 박 당선인의 정치쇄신 공약 중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대통합 탕평인사와 민주적 국정운영, 국회와의 협력강화 등 국정쇄신 과제를 선정하고 과제별로 구체적 실천계획까지 수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정권 말이면 어김없이 터지는 친인척ㆍ측근 비리 문제가 또 다시 이슈가 됐던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해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 설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 연장선상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 검찰개혁안 실행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과 다문화가정 및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배려를 위한 기회균등위원회도 신설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매년 인사 균형 지표를 조사해 정부 각 부처의 인사나 사회 전반의 각종 기회에 사회적 소수자 배려 등이 충실히 반영돼 있는 지를 확인하고 감독해 발표하게 된다.
정치 분야에서는 개헌 여부도 관심이다. 박 당선인은 당선 전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민기본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은 기초자치단체 단체장과 의원의 정당 공천을 폐지하고 여야가 동시에 국민참여 경선을 통한 국회의원 후보 선출도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 부분을 어떻게 조율해 낼 지도 관심사다.
정부 조직 개편 방향과 관련해서는 일단 일부 부처의 신설 등 정부 조직의 확대가 예상된다. 먼저 교육과학기술부의 인재 육성 및 과학, 지식경제부의 정보통신 및 기술정책 등이 합쳐진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중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전담할 부처도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됐던 해양수산부도 부활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이 대선 공약 중 가장 먼저 발표한'정부3.0'방안도 주목된다. 이는 각 부처가 보유한 정보를 가상의 공용 정보 집적장치인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해 다른 정부 부처와 공유하고 이를 대민 서비스에도 활용하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정책은 소득수준별 국가장학금 지원을 통한 반값 등록금 추진, 외국어고ㆍ자율형사립고 등 고교다양화 정책 유지ㆍ확대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입 제도는 간소화하고, 채용 기준으로 삼을 직무능력평가제도를 만들 예정이며, 선행학습 금지법 추진 여부가 관심사다.
박 당선인은 현재 소득수준에 따라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을 확대해 2014년까지 평균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소득 1~2분위(하위 20%)는 100%, 3~4분위 75%, 5~7분위 50%, 8분위 25% 등 소득 하위 80%까지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 국립대학의 임대형 민자사업(BTL), 사립대학의 융자지원, 국토해양부ㆍ서울시의 임대주택 지원 방식 등을 통해 기숙사 수용률을 현재 18.3%에서 30.0%로 확대하고, 사립대 기숙사비(민자 기숙사의 경우 월 28~40만원) 20~30% 인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등록금이나 기숙사비를 인하하지 않는 사립대에 대한 제어장치가 없는 상태여서 '사립대 배 불리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입 제도는 수시는 학생부 또는 논술 위주, 정시는 수능 위주로 전형요소 및 전형별 반영 비율을 단순화할 예정이다. 공약집에는 없지만 박 당선인은 TV토론 등에서 "선행학습 금지법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추진 여부가 주목된다.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유학기제가 운영될 예정이다.
또 신규 채용자의 일정 비율을 지역대학 출신자로 채용하는 '지역대학 출신채용할당제'를 공공기관부터 확대 시행할 계획이며, 국가직무능력 표준을 구축해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으로 채용하는 제도를 확립해 가기로 했다. 그러나 모든 직종에 요구되는 직무능력을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논란이 예상된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고 궁극적으로 정치통합을 이뤄나가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서울과 평양에 교류협력사무소 설치, 개성공단 국제화와 자원 공동개발, 북한의 교통ㆍ통신 인프라 확충, 헬싱키 프로세스를 본 딴 서울 프로세스 추진, 한반도와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건설 등 남북교류 활성화와 북한 경제의 자생력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박 당선인은 "전쟁을 하는 국가 사이에도 대화채널은 열려 있어야 한다"며 남북대화를 강조한다. 이벤트가 아니라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평화가 정착된다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신뢰 프로세스에는 전제가 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등에 대해 북한이 먼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돼야 이에 상응한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편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2015년 12월로 예정된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2014년에 평가해 보고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과거 남북간 합의를 존중하면서도 10ㆍ4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실천에 대해 북방한계선(NLL) 수호 등을 이유로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대외정책은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미 중 전략대화 등을 통해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정체된 북핵 6자회담에 새 동력을 주입하기 위해 회담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등의 개선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외교ㆍ안보ㆍ통일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국가안보실'(가칭)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환수 기자 naewoe45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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