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김용수 기자]경남 사천 소재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지분 매각이 1차에 이어 2차까지 두번 유찰돼 이는 완전 백지화 되는게 아닌가 하는 여론이 지방정가에 떠돌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이 다시 무산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 1대 주주인 정책금융공사는 지분 41.7%(정책금융공사 지분 11.4% 포함)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대한항공은 참여하지 않고 현대중공업 한 곳만 참여해 유찰됐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전날 밤 열린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민영화에 부정적인 뜻을 내 비친 게 영향을 끼쳤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매각 무산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8월 첫 입찰 때는 대한항공만 참여해 유찰됐다. 9월 시작한 두번째 입찰에는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참여해 예비입찰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실사를 거쳐 입찰가를 써내는 본입찰에 대한항공이 불참하는 바람에 결국 또다시 무산됐다.
대한항공은 이날 자료를 내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적정 가격에 인수해 항공우주 산업을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실사 결과 주가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가는 예비입찰 당시인 9월27일 2만4300원(종가 기준)이었고, 이날 2만6700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2003년에 이어 2006년과 2009년 등 수차례 인수에 욕심을 보였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역시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인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의 본입찰 불참은 지난 16일 저녁 열린 3차 대선 후보자 텔레비전 토론회 영향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한국항공우주산업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는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민영화 하려고 매각작업 중이다. 국가가 장기적 비전을 갖고 계속 투자하고 지원해야만 뒤처진 항공우주기술을 살리면서 세계적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데, 역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후보도 "민영화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노조 관계자는 "대통령 후보들이 매각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해 (대한항공에) 부담이 됐다고 본다."며 "박근혜 후보까지 부정적으로 말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매각과 관련해 재벌 특혜 시비가 불거져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대선 후보들의 입장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향후 재입찰이 공고되고 가격만 맞는다면 다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해진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의 항공사업부 등을 통합해 1999년 설립됐다. 또 공적자금(약 8조원) 투입과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해 매출액 1조2857억원, 영업이익 1060억원을 내는 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공적자금 회수 및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민영화가 추진돼왔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매각은 대통령 선거를 거쳐 새 정부 출범 때까지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두번째 입찰도 성립 안됐으니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의계약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향후 매각 공고 역시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주주협의회에서도 매각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대통령 선거 이후로 최종 판단을 미뤘다. 결국, 현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 계획 가운데 하나가 또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비롯해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운영권에 대한 민간사업자 선정 등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이에 대해 홍익대 전성인 교수(경제학)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인천공항, 철도 등 민영화를 추진했는데 민영화의 필요성도, 투명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 역시 급하게 서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용수 기자 yskim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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