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이환수 기자]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열린 19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정책 감시는 뒷전인 채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과 비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 5일부터 20일간 일정으로 시작된 국감 첫날부터 의원들은 여야 후보와 관련된 문제들로 맞붙으면서 꼴불견을 연출했다.

국감장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상임위가 거의 없었다. 여야는 대선후보들을 공개적인 국감장에 올려 아예 대놓고 난타전을 펼쳤다.

당초 무상보육, 가계부채 문제를 놓고 질의응답이 오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대선주자들이 도마에 올라왔다.

선제공격에 나선 것은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재정위 소속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출석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경제민주화를 거론하며 박 후보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국감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다”며 “박 후보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고 몰랐다면 증인 채택에 어떤 입장인지 말씀해 달라”고 공세를 폈다.

이에 새누리당 소속인 강길부 위원장이 박 후보 지킴이를 자청하며 보호막을 쳤다. 강 위원장은 “국감장 질의는 장관에게 하는 거지 그 외 사람에게 하는 것은 결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재정위 간사인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박 후보가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줘 원만한 증인 협의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거듭 압박했고, 야당 의원의 잇단 공세를 지켜보던 박 후보는 질의 없이 30여분 만에 국감장을 떠났다.

정무위원회의 총리실 국감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때리기가 펼쳐졌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노무현 정권의 참여정부 시절 정치인 17명, 기자를 포함한 민간인 5명, 건설사 33곳을 조사심의관실이 불법 사찰한 의혹을 끄집어냈다.

참여정부 내내 이른바 ‘노무현의 그림자’로 실세를 떨쳤던 문 후보를 타깃삼은 공세였다.

김 의원은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와 총리실은 불법 사찰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문 후보는 참여정부 불법 사찰에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이노근 의원은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를 타깃삼아 공세에 나섰다.

이 의원은 국토해양부 국감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1988년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인 ‘딱지’를 구입했는데 당시는 도심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극심해 딱지 구매에 대한 대대적 수사까지 이뤄졌다”며 대선 후보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정위 국감이 펼쳐지던 그 시각, 또 다른 국감장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아예 대놓고 난타전을 벌이면서 국감장을 난장판으로 몰아갔다.

이날 오전 10시 감사가 개회되자마자 야당 측에서는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새누리당이 “정치적 공세”라며 이를 거부하자 50분 만에 정회됐다.

점심시간을 지나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국감이 속개됐으나 역시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설전만 거듭한 끝에 50분 만에 신학용 위원장이 또다시 국감 정지를 선언했다.

오후에 국감은 다시 속개됐지만, 여전히 정책 감시는 뒷전인 채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과 비방에 대한 공방만 계속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의 의혹제기에 대해 시작부터 반박에 나섰다.

김태원 의원은 “오전에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께서 박근혜 후보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로부터 보수를 받은 게 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는데 이는 잘못된 발언으로 속기록에서 정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도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도 급여와 관련해 일단 이상이 없다고 확인이 됐다"며 "국정감사의 품위를 위해서라도 박홍근 의원은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박근혜 후보 급여의 불법성에 관해 재반박을 하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박 후보는 1998~1999년 비상근 이사장 재직 당시 실비변상적 급여에 대해 소득세 신고를 했는데 이는 실비변상이 아닌 급여로 봤다는 것”이라며 “이는 상근직에게만 급여를 줄 수 있도록 규정한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과 정수장학회 정관에 위배된다”고 위법성을 거듭 지적했다.

같은 당의 박홍근 의원 역시 “대법원 판례를 보면 박 후보와 유사하게 매주 하루만 출근해 근무한 이사장에 대해서는 상근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제가 마치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인냥 말하는 것은 감사위원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교과위 국감 첫날부터 정수장학회 문제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지면서 국감장은 정회와 정지가 반복되는 파행을 거듭했다.

이처럼 국감 첫날 대선 후보들과 관련된 쟁점을 놓고 곳곳에서 여야가 충돌하면서 8일 열리는 국감 역시 격론이 예상된다.

고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 규명 관련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파행을 빚었던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대립이 계속될 전망이다.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는 투표시간 연장 문제나 유신헌법 평가를 두고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문방위의 문화관광부 국정감사에선 청와대가 이른바 좌파 예술인 척결에 나섰다는 ‘문화균형화 전략 보고서’를 두고 야당의 집중 공세가 예상된다.

이 밖에 정무위와 환경노동위 등에서도 국감 증인 채택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국감 첫날과 마찬가지로 국감장 곳곳이 파행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환수 기자  naewoe45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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