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프로그래머, 벤처 사업가, 교수 그리고 정치인 안철수. 올해로 ‘하늘의 명을 깨닫다’는 지천명(知天命) 즉, 50줄에 접어든 안 후보는 인생 그 자체가 실험과 도전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19일 전격적인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하면서 새로운 정치실험에 도전장을 던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달리 선거에 반드시 필요한 ‘조직ㆍ사람ㆍ자금’을 갖추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안철수식 정치실험’으로 3무(3無)를 역이용해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대중의 부름을 받아 호출된 안 원장은 정치의 구태와 기득권 혁파로 상징되는 ‘안철수 현상’을 계속 이어나가 문 후보와의 본선 단일화와 박 후보와의 최종전에서 성공방정식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시사코리아저널이 안 후보의 성공방정식을 따라가 봤다.

이로써 12월 대권고지를 향한 초반 대선판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안 원장 간 3자구도로 짜이며 마침내 세 주자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와 민주당의 문 후보는 야권단일화 문제를, 새누리당 박 후보는 잇단 주변 비리 등 악재 돌파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대선전 초반 숙제로 보고 있다.

무소속으로 18대 대선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안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국립현충원에서 첫 걸음을 뗐다.

안 후보는 현충원에서 먼저 현충탑과 학도의용군 추모탑에 헌화한 뒤, 박태준 고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어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도 차례로 참배하는 등 해 이른바 ‘시대 통합’의 의지를 내비췄다.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안 후보는 대선 전략과 정책, 홍보를 맡을 선거대책위원회 구상을 진행하면서, 우선 캠프 구성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선거대책을 지휘했던 박선숙 전 의원이 탈당, 안철수 후보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불린 박 전 의원은 지난 4ㆍ11 총선에 앞서 야권연대 협상 실무단 대표를 맡아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켰고, 이후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실 공보기획비서관과 첫 여성 대변인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때는 환경부 차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작고한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회원이어서 향후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안 후보와 민주당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조광희 변호사는 후보 비서실장에 임명됐고,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과 정연순 변호사가 공동대변인을 맡았다.

인터넷언론 ‘이데일리’ 출신인 이숙현 안랩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부대변인에 인선됐다.

유민영 대변인은 “캠프 인선은 직함보다는 업무를 중심으로 그때그때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이 집중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혁신과 국민 동의라는 두 가지 조건을 내세운 만큼, 한동안 시간을 두고 독자 세력을 구축하는 데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安, 정책경쟁 위한 여야 대선후보 3자 회동 제안
문재인, “갑작스럽다”…박근혜, “피할 이유 없다”

안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한자리에 모여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자. 내일이라도 만나자”고 전격 제안한 정책 경쟁을 위한 여야 대선 후보 3자 회동의 성사 여부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즉답을 피했고, 문 후보 측도 일단은 유보적인 입장을 밝혀 당장 성사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에서는 “같이 만나서 정책대결하자는 데 피할 이유는 없지만 당장 만나기는 힘들지 않느냐”란 얘기들이 나왔다. 경남 사천의 태풍 피해 현장을 찾은 박 후보는 안 후보의 출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내용도 모르고, 피해 농민들이 계시는데 계속 정치 얘기만 하면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 후보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이 펴낸 책 ‘그 남자 문재인’의 출판기념회에서 “박 후보 비서실장인 최경환 의원이 축하 난을 갖고 왔을 때 우리 함께 한번 만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다”면서 “다만 안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면서 바로 만나자고 하니까 조금은 갑작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문 후보로서는 안 후보의 제안이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차피 대세가 야권단일화인 만큼 한번쯤은 부딪혀야할 상대지만, 지금은 시기가 이르다는 거다.

반면 다른 정당 후보들과 달리 전국적 조직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해야할 안 후보로서는 보다 대중적이고, 오픈적인 상황이 필요하다.

때문에 정책 경쟁을 위한 여야 대선 후보 3자 회동은 자신의 진가를 여과 없이 국민들 앞에 내놓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될 수 있다.

만약 다른 후보들이 이 제안을 거부해도 자신으로선 손해날 게 없으니, 안 후보로서는 당연한 제안이고, 박 후보와 문 후보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론 담당 페이스북 일주일 새 4만7053명 ‘호응’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통한 유권자 표심잡기 총력

‘조직ㆍ사람ㆍ자금’을 갖추지 못한 안 후보의 ‘안철수식 정치실험’가 시작된 것이다.

실제 출마선언을 사흘 앞두고 개설한 언론 담당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표시한 숫자는 일주일 만에 4만7053명에 이르렀다.

안 후보 측은 지난 1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 시작 시간인 오후 3시 정각에 회견 전문을 페이스북에 올려 네티즌에게 직접 출마 소식을 알리는 등 ‘넷심 잡기’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안 후보는 지난 20일 현충원 참배 후 “공과 과가 있다면 공은 계승하고 과는 바로잡으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려 오는 것 같습니다”라며 페이스북에서 직접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안 후보 측은 캠프 이름도 페이스북을 통해 공모할 만큼 철저하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유권자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안 후보 측은 한 달 여 전 ‘진실의 친구들’이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해왔다.

안 후보는 다른 정당 후보들과 달리 전국적 조직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SNS를 통한 표심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환수 기자  naewoe45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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