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대구 = 김세경 기자] 대구 지방 경찰청에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으로 목욕을 할 정도로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홀로 서 있는 한 여성이 있다. 그녀가 한 달이 넘는 긴 시간을 그 곳에 있는 이유는 끝난 줄만 알았던 서 씨(여·꽃가게운영·52세) 사건 때문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1월, 서 씨는 가족 간의 갈등으로 가족에 의해 테이프로 손이 묶이고 입을 막고 감금당하는 등 신변 위협을 느껴 집을 나와 쉼터에 머물렀고, 딸들과 남편의 잘못을 시인하는 각서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7월 8일 밤 11시께 집안일을 하던 서 씨는 가족에 의해 강제로 용인에 있는 어느 펜션에 납치·감금됐고 신고를 받은 수성경찰서는 늦장 수사를 하다 12일이 돼서야 서 씨를 찾아냈다.

경찰은 서 씨의 요구에 따라 여성보호센터(1366번)에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은 여성보호센터 관계자는 그 당시 납치·감금을 당해 흥분·불안한 상태였던 서 씨를 한 번의 전화통화만으로 정신이상자로 판단. 받아줄 수 없다며 거부해 큰 잘못을 저질렀다.

또 이미 지난 1월 가족에 의한 감금당한 적이 있던 서 씨의 말은 무시된 채 경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다시 가족에게 돌려보내 문제를 야기 했다.

집에 오자마자 서 씨는 대구 ㄷ 병원 정신병동에 강제입원하게 된 것이다.

서 씨는 옆 환자의 전화를 빌려 친구에게 “갇혀 있다. 도와 달라”고 호소했고, 서 씨의 친구는 112로 신고해 친구가 억울하게 정신병동에 감금됐다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이미 수사 종결했다는 답변뿐이었다.

15일에 이르러서야 경찰의 중재로 퇴원하는 방향이 제시됐지만, 퇴원 과정에서 가족들은 서 씨를 응급차에 다시 태워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려 했고 이를 제재하고자 친구와 주민이 막아서는 등 한바탕 큰 소동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막아선 친구와 주민을 따돌리고자 8일 동안이나 쉬지 못하고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서 씨를 경찰차에 태워 3시간가량 대구 시내를 배회했다.

이때도 서 씨는 함께 탄 경찰에게 ‘여성보호 쉼터’로 보내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수사조차 하지 않아 서 씨의 인권은 무참히 거부당하고 말았다.

결국, 서 씨는 어쩔 수 없이 ㄱ 대학병원 정신병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에 대해 대구 ㄷ병원에서는 “가족 동의가 없이는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다. 가족이 우리를 고소 할 수도 있다”며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인권이란 사회적인 성취에서 인종, 성별, 언어, 종교, 나이 등에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특권과 책임이 주어지는 기회이다.

또 ‘환자의 권리 장전’에서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치료를 결정할 권리가 있음에도 정신 보건법 24조의 남용 및 악용으로 서 씨의 인권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정신보건법 제24조의 악용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어떤 누구도 이 법에 의해 보호 받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법 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7월 24일 ㄱ대학병원 정신병동에서 서 씨와 가족, 서 씨의 지인, 중부경찰서 형사, 주치의가 참석한 가운데 서 씨는 미리 준비된 ‘사실확인서’에 사인을 했다.

‘사실확인서’는 자의로 입원 했다는 내용과 추후 치료와 퇴원 등은 의학적인 판단을 우선적으로 따르겠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정신병자로 몰고 강제로 납치·감금한 자식의 안위를 위해 정신병원에 갇힌 채 결국은 스스로 입원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강력 범죄로 분류되고 있는 강제 납치·폭행 등이 가족에 의해 자행 될 시 증거불충분이나 심리적 압박감 또는 죄책감으로 흐지부지 되는 경우 경찰도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2차 피해가 없다는 보장이 없고 가족이기 때문에 눈감아주어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이 가족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이 종종 등장하고 있어 정신보건법 24조의 폐지나 개선을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신보건법 24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입원필요성 인정만으로 입원이 가능한 제도다.

다음은 정신보건법 24조에 대한 인권위원회 관계자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정신보건법 24조 현행법상 비장애인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인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의사 1인의 진단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요.

“정신질환도 질환이기에 가족이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죠. 그것도 보호의무자로써 당연한 의무인데 문제는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예요. 80년도에 이 법을 만들자고 했을 때 이런 문제 때문에 90년 중반이 돼서야 만들어졌죠. 그 이후로도 우려의 목소리는 많았어요. 그래도 정신과 전문의의 믿음 하에 진행을 해온 거죠. 하지만 이것을 악용하는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2008년도에 보호자 1인 동의에서 2인 동의로 법이 보완된 거예요. 정신보건법이 보완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첫 번째로는 병식(병에 대한 인식)이 없어 자신의 상태를 올바르게 보지 못하는 환자와 두 번째로 의사가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퇴원명령을 할 수 있고 임시퇴원조치라든지 외래진료를 이용할 수 있지만 만약 완쾌됐다고 판단돼 가족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퇴원시킨 환자가 타해(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를 했을 경우 의사의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의사도 가족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에요.”

- 이 법을 개선하는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신적 있나요.

“병원 입장에서 병원장은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전문의랑은 달라요.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목적을 가진 의사와 병원의 수익을 내기 위한 병원장, 그 가족을 돌보기에는 여력이 없고, 법적으로 얽히기 싫어하는 가족들이 있죠. 병식의 문제, 서로 책임의 문제, 가족의 문제 등이 걸려 있어서 해결책이라기 보단 허황된 말일 수도 있지만 누구보다 보호의무자에 대한 제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보호의무자가 얼마나 자주 면회와 전화를 하고 퇴원은 언제 시키고 어떻게 복귀를 노력 할 것인지를 각서로 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지만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해 안타깝죠.”

- '정신병원피해자 인권찾기모임(정피모)' 대표 정백향 씨 사건처럼 억울하게 가족에 의해 강제 입원된 사람이 있다면 인권위는 어떻게 도울 수 있나요.

“인권위에 진정을 하게 되면 병원에서는 웬만하면 가족과 화해를 시키거나 아니면 그냥 퇴원을 시켜버려요. 왜냐하면 병원에서는 우리가 찾아가는 게 부담스러운 거죠. 명백하게 이 사람이 장애가 없다는 것을 판단하려면 시일이 걸리고 분쟁의 소지가 있어요.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인권위가 진단을 의뢰할 수는 있지만 전문의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거죠. 적법절차를 따지는 경우는 질환의 유무를 따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다른 진단을 통해서 병이 없음을 밝히는 수밖에는 없는 거죠.”

가까운 곳에서 피해 사례들을 직접 접하는 인권위원회 관계자도 정신보건법 24조의 문제점은 잘 알고 있지만 해결책은 비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새롭게 고민하지 않으면서 법만 뜯어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편, 병원을 방문했던 인권위원회는 서 씨의 “괜찮다”는 말 한 마디에 돌아간 후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알려졌다.
병원에 오기 전 서 씨가 당했던 일들에 대해서는 경찰과 병원은 물론, 인권위원회조차도 외면하고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사태에 혀가 내둘러진다.

메말라 가는 시대를 반영하듯 가족을 가치관차이와 물질적 가치 등 가족 간의 갈등 해결로 정신병원을 이용하는 잘못된 판단이 행복했던 가정을 망가뜨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주택(house)이 집(home)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주택을 가지고 있어도 가족이 없다면 창고와 같은 것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집에서 행복을 찾기를 바라본다.

김세경 기자  lliii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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