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이환수기자]바야흐로 ‘박근혜 시대’가 열렸다. 헌정 사상 첫 유력 정당의 여성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새누리당 박 후보는 연일 거침없는 ‘국민 대통합’의 광폭 행보를 통해 자신의 지지도를 50% 가까이 끌어 올렸다.

여기다 연말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라이벌로 손꼽히는 서울대 안철수 원장이 월간 신동아의 룸살롱 관련 보도로 잠시 주춤하던 틈을 타 선두자리도 다시 쟁취했다.

아련하기만 하던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시대가 눈앞의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시사코리아저널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꿈꾸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국민대통합’ 광폭 행보를 뒤따라봤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서의 첫날인 지난 2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이에 앞서 오전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그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오후 4시 8분쯤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 도착, 헌화와 분향하고 잠시 묵념하고 노 전 대통령 시신이 안치된 곳을 바라보다가 자리를 떴다. 박 후보의 주변에는 취재진과 경호 인력을 포함 수백 명의 인파가 따라다니며 그가 참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당시 ‘참 나쁜 후보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계획된 참배를 반대합니다’ 등의 피켓을 든 1인 시위자가 “새누리당 반성하라”고 외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박근혜 파이팅”, “대통령 되세요!”를 외치며 참배 도중 박수를 쳤다.

참배를 마친 박 후보는 곧 노 전 대통령 사저로 이동해 권 여사를 만났다. 권 여사는 건물 계단 중간까지 내려와 박 후보 일행을 맞았고 사랑채로 이동해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그는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 노 대통령님 묘역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어 왔다. 옛날에 제 부모님 두 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얼마나 힘든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권 여사님이 얼마나 가슴 아프실지 그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했다고 박 후보 캠프의 이상일 대변인이 전했다.

권 여사는 집에서 딴 무화과를 내놓으며 “후보로 선출된 뒤 바로 이튿날 먼 길을 찾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례했다. 이에 박 후보는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제 꿈은 어떤 지역에 살든, 어떤 직업을 갖든 모든 국민이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열심히 잘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 건강 잘 챙기시라”고 말했다.

권 여사는 “이 일(대선 출마)이 얼마나 힘든지 내가 잘 안다. 박 후보도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면담은 비공개로 20여 분간 진행됐다.

박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조문을 위해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노 전 대통령 지지자 등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끝에 포기한 적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박 후보는 한나라당 대표로서 긴장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는 전날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확정되고 수락 연설을 통해 “국민 대통합의 시대를 열어가겠다”며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다.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힌 자신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파격 행보는 다음날인 22일에도 계속됐다. 그는 이날 상도동을 찾아 그동안 관계가 껄끄러웠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관계 복원을 시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나라가 한 번 더 발전 도약을 하고 국민도 행복해지려면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며, 그런 노력을 많이 기울여 나가려 한다. 김 前 대통령께서도 대통합을 이뤄나가는 것을 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도 대선 승리를 기원하는 덕담으로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나라가 상당히 어렵다. 이럴수록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참 중요하다”면서 “많은 산을 넘어야 될 텐데, 하여튼 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어 오후에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박 후보와 이희호 여사는 여성문제와 남북문제에 대해 환담을 나누었으며 특히 박 후보는 “꼭 제가 국민께 드린 약속은 꼭 지키겠다. 여성에 대한 말씀도 하셨는데 법적으로 정말 좋아지고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부족한 게 말씀대로 많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이 좀 가정과 일을 양립해서 잘 해보고 싶어도 그런 여건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일과 가정을 행복하게 다 잘 해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 점에 있어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여사는 “예전에 육(영수) 여사님 만나 뵌 기억이 난다. 국회의원 부인들 다 초대해서 청와대에서 점심을 주셨다. 정말 친절하게 해 주셔서 얼마나 고맙게 생각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여성으로서 만일 당선이 된다면, 여성의 지위가 법적으로는 향상이 많이 됐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 세세한 데까지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일에는 자신의 취약 층인 ‘2030 세대’ 끌어안기에 나섰다.

사실 박 후보로서는 그간 ‘2030 세대’가 영 껄끄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자신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서울대 안철수 원장과의 지지율 조사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데, ‘2030 세대’의 표심만 조금 더 자신에게로 기울어진다면, 차기 대권은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후보가 자신의 취약 층인 2030세대에 다가서려는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최근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 참배와 이희호 여사 방문 등 이른바 ‘국민대통합’ 행보를 통해 외연 확장에 공들이면서도 젊은 층을 공략할 이렇다 할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박 후보가 직접 젊은 층 표심 챙기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반값등록금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대학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분명하게 낮추겠다고 약속하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보여줬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이 “반값 등록금 실현이 새누리당 당론이냐”고 질문하자 그는 “우리 당 당론이라 할 수 있다. 꼭 실현하겠다”고 실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저의 지금 계획에는 학자금 대출이자를 낮춰서 실질금리가 ‘제로 금리’가 되도록 하는 안도 갖고 있다”며 “그것 외에도 무조건 반값이 아니라 소득과 연계해 아주 어려운 저소득층은 무료로 하는 등의 여러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원이 뒷받침돼야 실천된다”면서 “재원 마련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과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지만 대학에도 같이 동참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청색 재킷 차림으로 토론회장을 찾은 그는 미소 띤 얼굴로 30여명의 대학 총학생회장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대선 후보가 된 뒤 2030세대와 가진 첫 소통행보인 셈이다. 그는 당초 토론회에서 축사만 할 예정이었으나, 총학생회장들과의 즉석 문답이 이뤄져 예정보다 30분가량 더 머물렀다.

그는 내친김에 젊음의 거리 홍대 앞을 찾아서 2030 세대 표심을 파고들었다. 지난 23일 열렸던 대학생 ‘반값 등록금’ 토론회 참석에 이어 연이은 ‘2030세대 표심잡기’ 행보다.

박 후보는 26일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 개최된 독립예술인 축제 ‘서울 프린지페스티벌’을 찾았다.

그가 지난 20일 대선후보로 지명된 이후 대학가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행사장내 한 예술다방을 찾은 박 후보는 3천 원짜리 팥빙수와 핸드드립 커피 2잔을 주문해 직접 계산한 뒤 앞서 앉아있던 20대 여성일행 3명과 동석했다.

그는 “팥빙수를 제일 잘 못 먹는 사람은 누군지 아느냐? 섞어 먹는 사람이다. 섞으면 다 녹기 때문에 살짝 떠먹어야 한다”며 ‘썰렁 유머’를 던지며 자연스러운 대화 분위기를 유도했다. 또 “혼자만 먹기가 그렇다”며 팥빙수를 수차례 권했다.

그는 “생각보다 많이 웃는 것 같다”는 질문을 받자 “정치인은 심각한 질문을 받고 즐겁게 말하면 안 어울린다. 그런데 그런 장면이 많이 찍혀서 억울하다”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다.

짙은 베이지색 재킷 차림의 박 후보는 패션계에 종사한다는 20대 여성으로부터 “가장 단순한 게 멋있는 패션인데 밝은 명도의 옷을 입으면 밝게 보이실 것”이라고 조언하자 “그런 조언을 많이 듣는다. 밝은 색을 입으면 표정도 밝아지고 좋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새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문화가 가장 핵심”이라며 최근 인기를 끄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거론하며 “너무 웃기는데 그런 게 세계적으로 어디 있겠나? 문화가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은 예술에 끼가 많은 것 같은데 앞으로 신인이 자꾸 발굴돼야 한다”며 “예술부분에 관심 갖고 많이 연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는 간담회에 이어 홍대 거리를 둘러봤다.

그는 액세서리 가게에서 7천 원짜리 팔찌를, 전철역앞 노점에선 머리끈 3개를 각각 구입하고 거리에서 3인조 밴드의 공연을 듣는 등 20대 대학생과 같은 격의 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날 행보는 그가 강조한 ‘국민대통합’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취약 층인 ‘2030 세대’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그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되는데 이게 적중했다.

그간의 여론조사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아오던 ‘2030 세대’의 표심이 라이벌인 안철수 원장을 밀쳐내고 자신을 선택한 것이다.

그가 ‘2030 세대’와 잇따라 소통을 나뉜 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20~30대 젊은 층의 지지율 상승으로 안 원장을 누르고 다시 1위로 복귀했다.

8월 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대선 정례조사 결과 박 후보와 안 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는 지난주보다 4.2%포인트 상승한 48.7%를 기록했다.

안 원장은 룸살롱 출입 의혹을 뒤늦게 해명하면서 동일기관의 지난주 조사보다 3.5%포인트 하락한 45.3%의 지지율을 기록해 박 후보보다 3.4%포인트 뒤쳐졌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양자대결구도에서 박 후보가 20대에서 무려 13.1%나 올랐고, 30대 역시 10%포인트 가량 상승했다”면서 “반면 안 원장은 10%포인트 가량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전당대회 효과가 반영됐겠지만 봉하마을 참배가 ‘2030 세대’의 친 야당성향을 이완시키는 효과를 한 것 같고, 이중 일부는 박 후보 지지층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박 후보는 민주통합당 유력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서도 전주대비 4.6%포인트 오른 53.1%를 기록해 선두를 차지했다. 문 후보는 지난주보다 3.2%포인트 떨어진 37.8%를 기록해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5.3%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이는 박 후보가 대선후보가 선출된 다음날인 지난 21일부터 고(故)노무현, 김대중,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인 것에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다자구도에서는 박 후보가 7.7%포인트나 상승한 43.6%를 기록해 선두를 유지했고, 안 원장으로 전주보다 4.7%포인트 하락한 26.3%로 뒤를 이었으나 둘 간의 격차는 무려 두 배 가까이로 벌어졌다.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을 위한 광폭 행보가 차츰 자리를 잡아가면서 ‘2030 세대’는 물론 전 계층이 박 후보의 진정성에 지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박 후보의 ‘광폭 행보’ 만큼 국민들의 표심도 따라 움직이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시대를 조심스레 점쳐지게 한다.

이환수 기자  naewoe45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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