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에서 대대적인 시민 참여를 위해 전면적으로 도입한 모바일 투표가 시행과정에서 중대한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것은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의 모바일 투표다. 본인 인증절차를 거치고 1, 2, 3번 후보를 선택해 투표를 했더라도, 4번까지 듣지 않고 전화를 끊으면 이를 기권한 것으로 간주해 ‘무효표’로 처리했다는 부분이다.

일단 기호 1∼3번인 정세균·김두관·손학규 후보는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번호를 누르고 나서 전화를 바로 끊은 까닭에 이런 투표가 ‘무효처리’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첫 경선지인 제주 선거인단(3만6천329명)의 투표율이 불과 55.3%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지난 25일 실시된 제주지역 순회경선에서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은 3만2천984명으로 전체 선거인단의 90.8%에 달했으나 실제 1만9천345명만이 투표에 참여해 58.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치러졌던 1·15 전당대회(80.0%) 및 6·9전당대회(73.4%)의 모바일 투표율보다 20%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다.

정·김·손 후보는 따라서 잘못된 ARS 방식이 기호 4번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문 후보는 제주 경선에서 59.81%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문 후보를 제외한 3명의 후보들은 ARS 투표 과정에서 ‘끝까지 듣지 않으면 무효 처리될 수 있다’는 사전 안내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당 대선경선기획단에서 경선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안내 메시지를 넣으라고 지적했지만, 당 선관위가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더 키우고 있다.

후보들의 기호를 로테이션해서 번갈아 안내하면 순서상의 유불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점도 지적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울산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투표가 강행됐고 문재인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울산 경선은 비문재인 후보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치러졌다.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가 모바일 투표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경선 연기를 요청했지만 당 선관위가 대의원 현장 투표를 강행한 것이다.

비문재인 후보측 지지자들은 투표 중단을 요구하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투표에 불참하고 퇴장했다.

반쪽짜리로 강행된 투표는 문재인 후보가 52%가 넘는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며 주말 제주와 울산 2연전을 독식했다.

김두관 후보가 32% 득표율을 보이며 선전했고, 손학규, 정세균 후보가 뒤를 이었다.

문 후보는 이번 사태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당이 중재안을 제시하면 무엇이든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문재인 주자 측은 선관위 전면 재구성 등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향후 경선에도 불참할 뜻을 내비쳤다.

정세균 후보는 “근본적으로 룰에 공정성이 없는 그런 투표행위였기 때문에, 그런 경선은 인정받기 어렵다”며 “즉각 중단하고 잘못된 것은 시정한 연후에 바른 경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당장 청주 지역 TV토론회는 물론, 강원과 충북 등 향후 경선 일정 진행도 불투명해졌다.

앞서 비문재인 후보 3사람은 토요일 제주경선이 끝난 직후 ARS 모바일투표 과정에서 1~3번 후보를 찍고 중간에 전화를 끊은 경우를 미투표 처리한 것이 기호 4번인 문 후보에게 유리하다며 공정성 시비를 제기했다.

이번 사태는 결국 경선 과정이 문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됐다는 비문 주자들의 쌓인 불만이 터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선관위 측은 모바일투표 규칙은 합의 사항인데다 무효표에 대해 재투표를 실시한다는데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비문재인 후보들과 맞서고 있어 경선 파행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환수 기자  naewoe45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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