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교수 등 극우적 평론가들은 ‘5.16 혁명’은 경제를 발전시켜 중산층을 두텁게 해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의 보루를 형성하는 데도 형성에도 기여했다는 논리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5.16’을 둘러싼 인식 논란과 관련, “돌아가신 아버지로선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며 그동안 금기시하던 박 전 대통령의 ‘5.16 혁명’을 이같이 평가해 논란의 불을 지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 “2007년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는 질문에 “5.16 관련 토론에 한 시민이 댓글로 ‘5.16을 혁명이라 부르든 쿠데타라 부르든, 일어났다는 사실과 대한민국에 미친 영향은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더라.”고 소개한 뒤 이 같이 말했다.

그는 “5.16 당시로 돌아가 볼 때 우리나라는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는 등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였고, 안보적으로는 굉장히 위험한 위기 상황이었다.”면서 “5.16 이후의 나라 발전이나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를 돌아볼 때 5.16이 초석을 만들었고, 아버지는 그 때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여기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분도 계시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갖고 옳으니 그르니 하기 보단 국민의 판단,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신체제와 관련해서도 “지금도 찬반 논란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판단해 줄 것이고,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 시대에 피해를 보시고 고통을 겪었던 분들과 가족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고,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유신에서 일어났던 국가발전 전략과 관련해선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서 “그 점에 있어선 제가 민주화가 더 활짝 꽃피고 자유민주주의가 더 발전해서 국민의 삶이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친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장점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꼽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의 리더십에서 가장 큰 장점은 새마을 운동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거쳐 우리 국민들이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으킨 것”이라면서 “하지만 국가 발전은 지도자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자신감이 충만한 국민들이 이뤄낸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부친의 단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아버지의 정치철학과 국정운영 철학, 안보관, 세계관 등을 밥상머리에서나 차를 타는 등 생활에서 듣게 돼 더 깊은 이해를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아버지 시대와 지금 시대는 엄연히 달라진 세상”이라며 “아버지는 아버지 시대의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한 것이고, 저는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이 시대에 맞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으로선 그동안 언급조차 꺼려했던 민감한 부분을 스스로 먼저 끄집어내면서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여야 대선후보, ‘朴 5.16 발언’ 집중포화

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등 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들은 박 전 위원장의 ‘5.16 발언’에 대해 “역사 인식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전두환의 12.12군사쿠데타도 좋은 선택이고 바른 판단이었냐”며 맹공을 퍼부었다.

문재인 후보 측은 “박 전 위원장은 헌법 부정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박 전 위원장은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 헌법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하루빨리 무모한 고집을 꺾고 대한민국 헌법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헌법의 품 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두관 후보 측은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5.16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말했던 기존의 입장과 말만 다를 뿐 근본적인 역사관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박정희시대에서 한국사회가 전진해 온 것은 우리 국민들의 피나는 희생과 노력의 대가이지 5.16이나 유신 덕택이 아니다”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로 위기에 빠뜨린 나라를 대한민국 국민들이 힘을 모아 살려놓은 것을 박 전 위원장은 사실관계를 호도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후보 측은 “구시대적이고 몰지각한 역사인식의 극치”라며 “이런 왜곡된 역사인식을 지닌 후보가 대한민국 21세기를 이끌어갈 후보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손 후보는 ‘5.16은 아버지로선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그래서 정말 불쌍하다는 거다. 아직도 홀로 유신시대를 살고 있다”며 박 전 위원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이른바 ‘비박’ 주자들은 한 술 더 떠 아예 대놓고 헐뜯었다.

김문수 후보는 “5.16이 불가피했다는 말은 헌법에 맞지 않다”며 “탱크를 가지고 한강을 넘어 정부를 접수하는 것은 쿠데타”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적인 성공 때문에 잘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호 후보와 친이계 복심인 임태희 후보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 후보는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5.16쿠데타에 대한 역사인식 논란과 관련, “5.16은 누가 봐도 쿠데타”라며 한 치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잘라 말했고, 임 후보 역시 “쿠데타는 아무리 수식어를 붙여도 쿠데타”라며 “성과가 좋다고 해서 역사의 평가가 바뀔 순 없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안상수 전 인천시장도 박 전 위원장의 5.16 발언에 대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안 후보는 “공과를 정확히 평가해야 하고, 12.12사태의 단초가 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쿠데타”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 인정을 해야 다른 공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위원장 5.16 관련 발언이 계속 논란이 되어 곤혹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의 5.16쿠데타는 전두환의 12.12쿠데타의 단초가 된 것이 사실. 그런 부정적인 면도 함께 잘 인식을 하면서 인정해야 박정희정권 18년의 공과를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박’ 주자들로선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면서 사실상 본선후보 0순위에 있는 박 전 위원장을 물어뜯을 좋은 기회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달랐다. 자신의 발언을 놓고 여야를 막론한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꿋꿋하게 정공법을 선택했다.

그는 5.16 역사관 논란과 관련해 “제 발언에 찬성하는 분이 50%를 넘었다”며 오히려 반격했다.

그는 최근 방송3사가 주최한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합동토론회에서 임태희 후보의 질문에 “임 후보 말대로라면 50% 넘는 국민이 잘못됐으니 버리자는 이야기가 된다.”며 “저와 생각을 같이 하는 분도 있고 임 후보가 말하는 역사관을 가진 분도 있다”고 역공을 펼쳤다.

그는 “현 정치인들이 미래는 버려두고 이것을 가지고 계속 이러면 통합이 되겠나."며 “현재, 미래를 내버려두고 역사 논쟁을 벌이면 지금 우리가 얼마나 나라를 발전시켰나가 도마 위에 오른다.”고 했다.

그는 “지도자 역할은 오랫동안 가난은 숙명이라고 생각했던 국민의 잠재력을 끌어내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임태희 후보는 “우리가 일제를 거치면서 근대화가 됐지만 일제 합방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성과와 역사의 평가는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 민족을 잘살게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면 지난 총선 때 죽어가는 당을 살렸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인식을 할 수 있다. 그런 인식을 갖는다면 누가 따르겠나.”고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이를 일제 합방이나 12.12까지 억지로 연결하는데 이는 논리 비약이고 억지로 맞춰 끼운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민족을 잘 살게 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돌아가신 분이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당을 살렸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제가 말한 적도 없다”며 “안 한 이야기를 했다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5.16 당시 안보도 불안했고, 우리가 북한보다 경제력 등 모든 면에서 취약해 자유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았다”며 “국민들은 죽지 못해 살 정도로 세계 최고로 가난한 나라로 자유민주주의 자체가 안보 위기 상황이었는데 그냥 있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얼버무리며 일단 한 발을 빼고 보는 여느 정치인과는 달리 박 전 위원장의 이 같은 정공법은 주효했고, 민심도 따라 움직였다.

국민 41%, 박근혜 ‘5.16 발언’ 이후에도 ‘가장 훌륭한 대통령’ 1위에 박정희 선택

박 전 위원장의 ‘5.16 발언’ 이후 한국갤럽이 지난달 23~24일 양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유권자 603명에게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훌륭한 대통령을 물은 결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41%로 가장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24%, 김대중 전 대통령 16%로 뒤를 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과는 무려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진보 진영의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을 합쳐봐야 40%로 박 전 대통령 하나를 감당하지 못했다.

박 전 위원장의 ‘5.16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논란을 빚을 무렵에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한결같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었다.

이환수 기자  ljhljh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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