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오후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던 이명박 정부가 정권 말 결국 친인척·측근비리에 무릎을 꿇었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담담히 지켜보던 이 대통령은 청와대 문고리 권력의 핵심인사들까지 줄줄이 엮여 들어가자 참혹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들에게 여섯 번째 머리를 조아리면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시사코리아저널은 도덕성에서만큼은 그토록 완벽하다고 자신하던 이명박 정권의 실체와 정권의 도덕성을 한방에 무너뜨린 ‘저축은행 비리’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시사코리아저널/이진화기자]이명박 형제의 비리는 우선 이명박 형제의 장남인 이상은 씨의 경우 현재 다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이 있는 회사이며 이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 씨가 다니고 있다. 이상은 씨의 사위인 전종화 씨는 씨모텍의 경영지배인인데, 주가조직 및 수 백 억 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둘째 형으로 ‘상왕’으로 불리는 이상득 의원은 보좌관이 돈 세탁을 했단 의혹을 사며 뇌물 혐의로 보좌진이 대거 구속된 가운데 불출마 선언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선산이 있는 남이천IC에 특혜 허가를 줬다는 의혹도 사고 있고, 총리실 민간이 사찰의 최종 배후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 씨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한국 대표를 맡으며 국고 1조 8천억 대를 메릴린치에 투자해 손실했단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인천공항 민간 매각설의 핵심으로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있다 얼마 전 ‘조세회피지역’인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났다.

이 밖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형은 4대강 건설 사업권을 미끼로 건설업자로부터 3억 원을 챙겼다고 사기 혐의로 피소 됐고, 조카인 정 모 씨는 위조 계약서로 분양권을 주겠다며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얼마 전 구속됐다.

이명박 직계 둘러싼 의혹들 아들과 사위인 논란의 중심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 가운데서는 아들 시형 씨와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논란의 중심이다. 시형 씨는 MB의 실소유주 논란이 여전한 다스에서 경영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다스는 최근 본사를 역시 싱가포르로 이전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실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형 씨는 이 외에도 내곡동 사저 부지 편법 매입과 관련해 야당에 고발된 상태다.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지난 2009년 주가조작 혐의를 받았지만 ‘비호 수사’ 논란 끝에 무혐의 처리됐다.

김윤옥 형제 비리 만만치 않아 형부 2명 의혹, 사촌오빤 구속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일가도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 김윤옥의 형부인 황태섭 씨는 금융 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제일저축은행의 고문으로 재직하며 고액의 고문료를 챙겼다. 제일저축은행은 각종 로비 의혹을 받으며, 불법 대출로 이미 영업이 정지됐다.

역시 김윤옥의 형부인 신기옥 대한적십자 경북지사 회장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인사 로비 자리에서 이른바 ‘충성주’를 마셨다는 의혹이 있고, 김경준 기획 입국설의 근거로 지목된 ‘BBK 가짜 편지’의 배후라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김윤옥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서일대 이사는 청와대, 경찰청, 교육과학기술부가 개입됐다는 이른바 ‘서일대 홍차 사건’의 주인공으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에게 4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있다.

김윤옥의 사촌언니인 김옥희 씨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미끼로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에게 30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역시 구속됐다.

노무현 ‘바다이야기’ 쯤이야…MB정권 비리 핵심 ‘저축은행’

정권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저축은행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에 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10개월 여전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검찰의 칼’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반신반의하면서 의혹만 무성했었는데, 수사가 종착역에 다다르자 저축은행 비리는 온갖 천태만상을 드러낸 뒤 이제 사실상 ‘대선자금’이라는 정권 말기 최대 수사의 단초를 열어준 판도라의 상자가 됐다.

최근에는 검찰의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CNK, SLS 등 ‘거물급 스캔들’의 이름이 검찰 수사선상에 다시 오르내리며 저축은행의 얽히고설킨 정관계 비리 천태만상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여기다 ‘상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구속기소)을 재판에 넘긴 검찰의 수사는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이들 저축은행의 비리와 정관계 로비의혹 정황은 전 현직 정치인에서부터 재계 거물급까지 실로 광범위하기 이를 데 없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지난 26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구속기소)을 4000억 원대 배임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김 회장은 SK 최태원 회장에게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등 4개의 차명 차주 명의로 630억 원을 한도초과 대출해준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 회장은 CNK인터내셔널의 2대 주주로, 저축은행이 자기자본의 20%가 넘는 금액의 특정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음에도 CNK인터내셔널의 주식 264만주, 369억 원어치를 보유해 자기자본 20%의 100억이 넘는 금액만큼의 주식을 보유해 상호저축은행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CNK인터내셔널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오덕균 대표(46)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CNK인터내셔널의 2대 주주로 주가조작 사건에도 연루된 의혹이 남아 있다.

앞서 검찰은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59·구속기소)을 추가 기소하며 윤 회장이 SLS중공업 측에도 한국저축은행을 통해 193억 원, 계열사 진흥저축은행과 경기저축은행을 통해 각각 150억 원 가량 등을 대출하고 주식만을 담보로 제공받는 등 부실 대출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SLS중공업은 지난해 이국철 회장(50·수감중)이 대통령의 측근 중 한명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4ㆍ구속기소)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들이 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와 관련 회사 자금을 지원받고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검찰이 이날 김 회장과 함께 추가기소한 ‘저축은행 브로커’ 이철수 씨(53·구속기소)는 이미 지난해 검찰 수사 때부터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씨는 자신이 인수한 (주)씨모텍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인 윤만석 씨가 이사로 재직하던 IBK캐피탈을 통해 신주인사권부사채(BW) 50억 원을 매입해주는 대가로 1억 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또 주가조작을 통해 씨모텍의 회사 돈 수백억 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씨모텍은 대통령의 조카사위 전종화씨 역시 연루된 회사다.

이와 관련 조영택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저축은행과 IBK캐피탈의 부실을 초래한 대형 게이트 사건"이라며 "IBK캐피탈 실무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윤만석 씨가 이사로 재직하면서 200억을 삼화저축은행 인수자금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공모를 하다가 기업은행 실무자들의 반대에 부딪쳐 성사키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55) 등 거물급 정치인에 로비를 한 임석 회장은 본인 스스로가 로비의 ‘창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이들 전현직 의원은 물론 세무서 공무원까지 직접 로비를 하며 폭 넓게 활동했다.

특히 김찬경 회장과 친분을 유지하며 김 회장으로부터 감사원 감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현금 14억 원과 1㎏ 금괴 6개, 3억 원 상당의 도상봉 화백의 ‘라일락’ 그림 등을 수수하고 김 회장과 이 전 의원을 연결해준 것으로도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한상대 검찰총장이 “검찰 역량을 총집결해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부패의 고리를 끊고 금융계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한 뒤 저축은행의 수많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파헤쳤다.

합수단은 지난해 12월 1차 영업정지 저축은행 수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72)을 구속한 것을 시작으로 이광재, 이화영, 윤진식, 최연희, 정형근 등 전직 의원들과 이철규 전 경기청장 등 정관계 인사 다수를 재판에 넘겼다.

이어 올해 5월 2차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저축은행 수사를 통해 이상득 전 의원의 저축은행 비리 연루의혹을 밝혀내고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70),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등 현직 거물급 의원들의 혐의도 잡아냈다.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44·구속)등 대통령의 최측근 청와대 직원을 비롯해 강희복 전 아산시장(70) 등을 모두 사법처리했다.

검찰은 또 이 과정에서 이 전 의원 등 대통령의 최측근을 통해 전달된 돈이 사실상 대통령의 대선자금으로 사용된 정황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이 전 의원을 기소하며 “소위 대선자금 사용 여부 등 이 전 의원이 수수한 돈의 사용처를 살펴볼 것”이라며 “(대선자금 관련)단서와 증거가 나오면 원칙대로 간다,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發 친인척?측근비리 MB “차마 고개 들 수 없다”

상황이 여기에까지 다다르자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가 정권 내내 자부하던 이 대통령이 급기야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이른바 저축은행발 친인척?측근비리와 관련, “이러한 일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과문 서두에서 밝힌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는 발언은 그간 참혹했던 이 대통령의 심경을 그대로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성명’에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과했다.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임기 첫해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과 관련해 두 차례 사과했고, 200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세종시 수정·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지난 2월엔 측근 비리 사과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 대통령의 여섯 번째 대국민 사과는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자신을 15년 이상 보좌해온 김희중 제1부속실장 등 친인척·측근들이 저축은행 비리에 휘말려 줄줄이 낙마한 데 대한 자괴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보다는 먼저 국민 여러분께 저의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것이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해 이 자리에 섰다”고 성명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저 자신 처음부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출발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월급을 기부하며 나름대로 노력해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해온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로 제 가까이에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할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느냐”면서 “모두가 제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개탄과 자책만 하고 있기에는 오늘 나라 안팎 상황이 너무 긴박하고 현안 과제가 너무 엄중하고 막중하다. 이에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더욱 성심을 다해 제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끝맺었다.

이명박 대통령 사과는 했지만 野 “진정성 없다”…與 시큰둥

이 대통령이 참혹한 심정으로 국민들 앞에 나와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했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별로 탐탁치 못한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진정성을 의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는 “정권 초부터 제기된 친인척의 무소불위 권력에 대한 내외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라 사필귀정일 따름”이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의 첫 걸음은 대선자금 수사에 나서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날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특별검사제 법률’을 국회에 제출해 진상규명 의지를 강조했다.

야당만큼이나 서릿발서린 발언은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이 대통령의 사과가 시기적으로 늦었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박근혜 경선캠프 측 인사는 “대통령의 사과와 관계없이 친인척 및 측근 비리는 여당에 부담이다.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국민이 용서해 주겠느냐”고 말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며 앞선 노무현 정권과 차별화를 내세우던 이명박 정권이 ‘권불십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저물고 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진화 기자  ljhljh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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