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대구 = 김세경 기자]

인간은 모태에게서 분리될 때부터 자유의지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는 일보다 타인에 의해서 선택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의 인생이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면 어느 누가 판단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길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는가.

자유의지란 자신의 내적 동기나 이상에 따라 외적 구속 없이 스스로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결정권을 말한다.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인간에게 편리함과 다양한 기회는 주어졌는지 모르나,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은 무시당하고 소수의 목소리는 권력에 의해 가려지는 등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권에 대해서는 쉽게 눈 감아 버리는 것이 요즘에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읍의 한 정신병원에서 감금·폭행으로 환자 2명이 자살하고 1명이 의문사 했던 사건과 30년 동안 지적장애인을 외딴 섬에 감금한 후 강제 노역을 시킨 일당들이 있는가하면 단지 자신과 다른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자신의 딸을 납치해 강제개종교육을 하려고 한 부모까지 인권유린의 수위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또 얼마 전 이슈가 됐던 ‘대구 꽃가게 아줌마’ 서 씨(여·52세) 사건은 이미 지난 1월 가족에 의해 납치·감금된 사실이 있었던 터라 지난달 8일 대구 ㄷ 병원 정신병동에 강제 입원된 사건은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오랫동안 꽃가게를 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서 씨가 어느 날 갑자기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돼 외부와 차단된 채 병원생활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바로 정신보건법 24조를 악용한 대표적인 인권유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입원의 종류는 자의입원 외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 응급입원 등이 있다.

그 중 정신보건법 제24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심각한 인권유린으로 폐지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들이 법과 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한 후 법제도를 바로 세워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을 두고 발족된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정피모)는 “정상인임에도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로 인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조속한 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피모 게시판에는 보호자 동의에 의해 강제 입원을 당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글들이 줄을 잇는다. 그들은 한결같이 정신보건법 24조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식에 의해 혹은 친척에 의해 강제입원 된 사람들은 재산·종교·성격차이 그 외 가족갈등을 해결하고자 정신병원을 감금장소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영남대학교수역임) 오환호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 “가족에 의해 발생하는 강제입원은 자신의 강인한 의지가 없으면 아무도 구제해줄 수 없다”며 “이런 경우 정확한 의사의 판단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정신보건법은 정신장애인의 보호보다는 정신장애인들을 격리, 감금시킴으로써 사회일반을 보호하려는 측면이 지나치게 부각된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정신보건법 24조가 정신장애인을 입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상인을 가족 간의 갈등 발생 시에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잘못 이용되고 있다면 서둘러 개정과 보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어느 누구도 자유를 잃어버리고 억압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꽃을 가꾸며 소박한 행복을 바랐던 서 씨의 삶이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도록 가족과 병원은 바른 판단을 해야 할 때이다.

김세경 기자  lliii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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