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 = 김영호 기자] 이명박 대통령 사저 논란과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 조사결과에 여야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500여명이 포함된 문건 자료를 두고도 30여명에 대한 수사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관련 논란은 관련자 모두가 무혐의 처분돼 법의 심판조차 받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과잉충성에서 비롯된 잘못된 부분”이라 해명했지만 검찰 수사가 끝나자 “이것이 바로 정치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 권력 면죄부 수사>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달 11일 내곡동 부지의 원소유자 유 모 씨를 소환조사하는 등 시세차익에 관한 부분들을 밝혀낼지 주목을 받았으나 실망은 배가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 등 관련자 7명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다만 지분비율과 토지매매과정에서 공무원의 과실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감사원에 맡기면서 떠넘기기식 수사로 마무리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석현 민주통합당 국기문란사건조사특위 위원장은 “이번 사건에서 대통령 아들 시형 씨가 땅을 산 명의자로 핵심 피의자인데 서울지검이 시형 씨의 서면을 조사만 믿고 추궁할 게 없어서 안 불렀다”는 검찰 관계자의 인용보도를 내세웠다.
이석현 위원장은 또 “피의자들끼리 말 맞추고 사건 은폐하려고 하는 게 당연하고 그러면 범죄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 수사인데 검찰이 8개월간 한 일이 핵심인물에 대해 서면 답변 달랑 한 장 받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역대 대통령 아들들 조사해서 구속도 했는데 이번 사건 수사를 보면서 과연 검찰이 수사할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권력 앞에선 면죄부 수사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수사결과 과정에서 이 대통령 내외,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인종 경호처장, 김백준 총무기획비서관, 그리고 주요 핵심피의자 등 전원 불기소 했다”며 “내곡동 사저의 원 소유자 유 모 씨가 귀국을 했었는데 조사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아홉 개 필지 중에서 6개 필지는 정부가 완전히 산 것이고, 3개 필지를 청와대가 시형 씨와 공동으로 매입했는데 9개 필지 전부가 대지가 아니고 밭과 그린벨트도 섞여 있었다. 값이 비싼 대지를 시형 씨가 대부분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공시시가의 1.3배 값에 싸게 샀는데 청와대는 그린벨트가 낀 나머지 땅을 공시시가의 무려 4배로 비싸게 매입해 값은 공동으로 치룬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설명은, 사중에 사저를 지으면 그린벨트도 풀릴 거니까 그 땅 값도 오를 것이고 9개 필지 모두 가격이 비슷하게 될 것을 가정해서 땅 값을 배분했다고 해명해 납득할 수 없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특검과 국정조사 팽팽히 맞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여야가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수사부실하다고 공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특검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그동안의 검찰이 보여준 수사절차나 결과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부족하다고 보고, 의혹을 해소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치공세로의 변질을 우려해 특별검사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만큼 수사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빨리 원구성을 해서 내곡동 사저 문제와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내외 경제신문들과의 공동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 정치권에서는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는 질문을 받고 “그게 바로 정치”라고 답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권재진 장관 있는 한 재수사 의미 없다>
검찰이 불법사찰 사건 수사를 종결하면서 배포한 자료에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MB'의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는 종결됐지만 국민들의 의혹은 더욱 커지고만 있다.
민주통합당은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해소할 방법은 국정조사밖에 없다며,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를 제출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불법사찰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민주당이 기간을 2008년 이후로 한정한 것은 정치공세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다시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관련 브리핑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 원내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은 2012년 6월 15일 오전,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의원 127명 전원의 명의로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 를 제출한다”며 “2008년 이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을 통해 행해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일체와 민간인을 포함한 불법사찰의 모든 대상과 그 사찰 내용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인지여부와 보고체계, 증거인멸과 핵심증인들에 대한 입막음 시도, 자금 출처 등 모든 국민적 의혹을 그 조사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를 수행하기 위한 여야 동수의 위원 20명으로 구성하는 특별위원회 설치도 요구했다.
이어 “8개월간 몸통자르기와 또 다른 은폐시도로 일관한 검찰수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해소할 길은 국정조사가 유일하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국정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동참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불법사찰의 몸통은 MB, 하수인은 권재진이다. 권재진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인데 어떻게 올바른 수사가 되겠냐”면서 “재수사나 사저 수사에 이 같은 부분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도 “국민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불법사찰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 했는지 여부”라며 “그런데 검찰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해 비판을 받는다”고 했다.
불법사찰 피해자로 알려진 남 의원은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선후가 어떻게 되는가는 큰 문제는 없다. 여야 간 협상에 의해 결정할 문제다”면서 “여당 입장에서도 굳이 국정조사를 안하겠다고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아 결국, 특검과 국정조사가 같이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아울러 조계종 조계사 호법위원회가 15일 국무총리실이 불교계를 불법 사찰한 것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참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1000만 불교도를 대표하는 스님과 종단을 잠정적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고 통제·관리·운영하려는 1980년대 군사정권 당시 자행된 10·27법난에 준하는 훼불사건”이라면서 “모든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사 호법국장 성진 스님 등 대표단은 불법사찰 내용을 수집한 정보기관, 사정기관 책임자와 이를 유포한 관계자들을 처벌할 것 등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한편 새누리당도 총선 때부터 줄곧 권재진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해 수사와 관련, 수장이 대통령 최측근이라는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하는 모양새다.
김영호 기자 kyh7406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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