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기자]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종북 주사파 논란과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비하 발언 등이 온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의원들이 모두 비례대표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제도 자체의 폐기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비례대표 부정 경선 문제 때 부터다.
그러나 이제는 두 의원의 국가관과 사상 문제 때문에 제명해야 한다는 식으로 본질이 바뀌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은 “국회라는 곳이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를 다루는 곳인데,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국민도 불안하게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차원에서 사퇴해야 하고, 그런 사퇴가 되지 않으면 국회 제명으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이 국가관을 거론한 것은 보수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국민 다수가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임을 고려하면 손해날 게 없다는 판단일 수도 있다.
여기다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한 민주통합당도 곤혹스러운 만큼, 새누리당으로서는 '국가관'을 거론하면서 일석 이조효과를 노린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위원장이 '국가관'을 꺼낸 순간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박 전 위원장을 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장은 “우선 새누리당에게는 제 눈의 것 먼저 치워라. 30년째 같은 노래(중북색깔론) 부르시는데 국민에게 반공이데올로기로 몰고 가지 말라”고 비난했다.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전 위원장이 2002년 방북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한 것을 꼬집었다. 아울러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 군사쿠데타도 문제로 삼았습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왜 만경대에 갔고, 왜 주체사상탑에 방문했는지 답해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쿠데타를 고무 찬양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견해를 밝혀야 헌법을 지키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박 대변인은 특히 “김일성 주석 생가와 주체사상탑에 다녀온 정치인이 국가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위원장의 생각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지난 1일 임수경 의원에게 폭언을 당했다는 한 탈북대학생이페이스북에 공개한 글이 논란이 되고 있어 민주통합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XX들이 굴러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 “하태경 그 변절자 XX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라고 말했다는 것.
이후 임 의원이 사과글을 올린 것을 보면 백 씨의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임수경 의원은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북한을 방문했던 인물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으로 논란이 되는 NL 민족해방계열에서는 과거 '통일의 꽃'으로 칭송받았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임수경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 때 NL운동권의 핵심이었지만, 이후 북한 3대 세습과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제 보좌관들에게 "북한에서는 총살감이다” 라는 말 한 것에 대해 감정이 격해 져서 나온 반응이었고, 변절자 였던 발언 역시 학생운동 했던 하태경 의원에 대한 것이고 탈북자 의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하태경 의원은 4일 공식적으로 “왜 탈북자들이 변절자들인지, 탈북자들이 누구를 변절한 것인지 이부분을 사과하고 해명하는게 핵심 내용인데 이 부분은 빠져 있다. 자기가 변절자라고 주장한 것은 탈북자가 아니고 하태경만 변절자라고 그랬다 이렇게 말을 돌리고 있다”고 반발, 탈북자 단체와 보수 단체들도 임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자칫 통합진보당과 같이 '종북 세력' '주사파'라는 단어가 따라다니지 않을까 고민에 휩싸였다.
한 정치 평치평론가는 “갑자기 정치권에 불어닫친 종북 논란이 정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여전히 1950년대 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며 “대선을 앞두고 합리주의와 냉철한 토론 대신 감정적 편 가르기와 낡은 이념 논쟁이 부활하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19대 국회가 개원해야 하지만, 각종 소모적 논쟁으로 민생 법안을 다룰 원 구성도 하지 못한 채 또 실망스런 국회의 모습에 국민들은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염증에 일부에서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비례대표 폐해 많아 없애자>
비례대표 인물에 대한 상대적인 검증이 부실하다는 것.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후로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될 인사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한다는 비판여론도 커지고 있다.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는 이희주 교수는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선거제도다. 애초에는 국민의 의사를 가장 정확하게 의석에 반영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이며,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률을 왜곡시키지 않고 최대한 일치시킬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도입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실시된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1년 ‘1인1투표 제도를 통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배분 방식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지역구 후보에 투표하더라도 지지하는 정당은 다를 수 있기에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모두 투표할 수 있는 1인2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그 취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02년 3월 7일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유권자가 후보자 개인에게만 투표하던 것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도 따로 투표할 수 있도록 ‘1인2표 정당명부 제도’를 도입했으며, 공교롭게도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이 원내에 진입한 시기가 바로 2004년이었다.
비례대표 투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역구 선거에 비해 후보 검증의 기회가 적다. 각각의 후보들이 대결하는 지역구 선거의 경우, 해당 유권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자기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독일의 경우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있는데, 차이점은 한국의 경우 정당의 지지율에 따라 고정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반면, 독일은 선출된 지역구 의원과 정당 지지율에 따라 전체 의석이 변동된다”고 전했다.
<지역구 없어 공천장사 극심>
이어 “비례대표제의 또 문제로 끊임없는 ‘공천 장사’ 논란을 들었다. 비례대표의 경우, 상위권 순번만 받는다면 공천 그 순간부터 당선이 확실해진다. 역대 선거에서 각 정당들의 득표율을 계산해 보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으로서는 비례대표 20번, 통합진보당으로서는 비례대표 5번 이내까지 당선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천 장사’ 논란을 끊임없이 야기시킨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표 돈봉투를 비판한 고승덕 18대 한나라당 의원은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 아직까지 공천장사가 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역구 출마의원들은 공천을 대가로 천문학적 액수를 당협위원장에게 헌납하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것. 이에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의 경우 대중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당 내 빠른 배정을 받기 위해 더욱 극심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김영호 기자 kyh740611@naver.com
<저작권자 © e시사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