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그라바 미술 융합 연구소 대표

“선생님, 저희 아이가 미술을 너무 싫어해서요···혹시 ‘미포자’가 되는 걸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18년 동안 미술교육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늘 어떤 ‘불안감’에서 시작되곤 합니다.

혹시 아이가 뒤처지는 건 아닐까? 그림을 잘 못 그리면 나중에 학교에서 주눅 들지는 않을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그림은 잘 그리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자기 마음을, 자기 생각을 꺼내는 일입니다.” 그림은 아이에게 언어입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 말문이 트이지 않은 생각들이 ‘그림’이라는 언어로 나타납니다. 

특히 9세 이전은 사고력, 언어력, 자기정체성이 형성되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감정과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이 꼭 필요합니다. 

그림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표현한 것을 통해 ‘나’를 인식하고, 그렇게 인식한 자신 이 성장하는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 — 이것이 제가 수년간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 ‘아트에세이 프로그램’의 핵심입니다. 

슬우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여섯 살에 처음 제 수업을 들었고, 지금은 중학생이 되었죠. 그 아이는 초등학교 시절, 매 미술 시간마다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기 생각을 주제에 맞게 그림으로 표현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테크닉 때문이 아니라, 자기만의 이야기를 꺼내는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런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술은 ‘놀이’나 ‘재능 있는 아이들의 영역’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는 수학 문제집과 영어 단어장이 채우고 있죠. 문제는, 이런 구조 속에서 아이들이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힘을 잃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미술교육이 ‘기술을 익히는 수업’이 아니라 ‘표현의 훈련’이 되길 바랍니다. 

단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언어화할 수 있는 연습.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기표현력뿐 아니라, 성취감, 감정 조절력, 창의력이라는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9세 이전의 미술, 그것은 우리 아이가 자기를 사랑하고 믿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시사코리아저널  webmaster@koreajn.co.kr

<저작권자 © e시사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