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호 /대전대학교 교수

지난 5월에 대학원 후배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함께 했다. 공군장교로 대학원 학위과정 위탁교육을 받았던 나에게 이 두 후배는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 고마움에 가끔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곤 했다. 이들은 지금도 그 때를 회상하면서 내 아내의 안부를 묻곤 한다.

반년이 넘어서 만나는 건가? 여하튼 꽤 오랜 기간 동안 보지 못하다가 번개를 해서 모이게 되었다. 

한참을 추억팔이로 재잘거리던 중에 여자 후배가 “언니는 잘 계시죠?”, “응, 아주 즐겁게 지내고 계시답니다, 하하하”, “선배님, 그런데 언니는 선배한테 어떤 존재예요?”라고 묻는다. 

뜬금없이? 갑자기? 깊게 생각한 적이 없는데? “글쎄다. 진짜 미스 심(가끔 아내를 부르는 호칭)은 나에게 어떤 사람일까? 흠...... 예전에는 귀중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나 할까?”, “네? 그게 무슨 말이예요? 똑같지 않나요?”, “차이가 없지. 

그런데 내 감정은 그래. 사람은 모두에게 귀중하잖아. 미스 심도 예전에 나한테 그랬어.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점점 귀중한 존재에서 소중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나한테만큼은 없어서는 안될 아주 소중한 사람!”이렇게 대화가 이어져 나갔다.

귀중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귀하고 중요하다”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값비싼 가치인 셈이다. 

소중하다는 “매우 귀중하다”이다. 귀중한 것 중에 귀중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도 두 단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이 두 단어의 의미를 명백히 분별하여 사용하고 싶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는 누구에게나 값비싼 돌이다. 강가에 있는 돌은 수석으로써의 가치를 갖지 않는 한 한낱 돌일 뿐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딸아이와 함께 강가에서 산책을 하고, 족대질을 하고, 수영을 했던 강가에서 갖고 온 돌은 아버지에게는 한낱 돌에 그치지 않는다. 

어린 딸아이와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다. 

그 돌은 그 아버지한테만큼은 어떤 가치로도 매길 수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돌일 것이다. 

사람은 어떠한가? 사람은 인간 그 자체로도 모두에게 귀중하다. 

그런 귀중한 사람들 중에서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려오는 사람, 보기만 해도 애틋하고 사무치는 사람, 같이 있으면서도 한없이 그립고 가슴을 저미게 하는 사람, 그 사람이 소중하다.

올해가 우리 부부의 결혼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 부부는 어느 부부보다도 심하게 부부싸움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부싸움 후에 화해하는 방법이 서툴렀고 사과하는 것을 어색했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에 미숙했다. 

그래서 서먹서먹하게 지냈던 시간도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이래저래 살다보니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무던하게 30년을 함께 해준 미스 심! 지난 시절의 미스 심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련해 지고 가슴속까지 먹먹해진다. 

옆에서 자고 있는 미스 심의 모습을 보면 한없이 애틋해지고 마음속 깊이 사무쳐온다. 

내 옆에 없다고 생각하면 심장 끝까지 아려오고 가슴이 저며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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