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산불 2개월] 장마철 앞두고 곳곳 산사태 위험···주민들 '불안'

금방 무너질 듯한 산기슭 /연합뉴스

더디기만 한 응급복구···"산비탈 보수공사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고단한 여건 속 농민들, 농번기 맞아 논·밭서 다시 구슬땀

[시사코리아저널=김연학 기자] 경북 산불이 발생한 지 2개월이 됐지만 산불 피해 지역 곳곳은 아직도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가운데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어 상사태 등 위험에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안동시 일직면 구천리도 산불 피해 지역 중 한 곳이다.

5번 국도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 한쪽에는 산 위에서 흘러내린 돌덩이와 흙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마을 안 산기슭도 밑동이 검게 탄 참나무 아래로 풀 한 포기 없이 푸석푸석한 흙만 드러나 있어 언제든지 무너져 내릴 듯 불안불안한 모습이었다.

마을에선 동남아 출신 인부들이 파손된 주택을 철거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 마을은 사람이 사는 다섯 집이 불에 탔으나 2개월이 지나서야 조립식 주택 3채가 도착, 전기 배선 작업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권기연(60) 이장은 "산불이 야산 정상 부분을 태우고 지나갔는데 그 일이 있은 뒤로 도로에 수시로 돌과 흙이 흘러내리고 있다"며 "장마철에 폭우가 내리면 산사태가 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산에서 흘러내린 돌과 흙 /연합뉴스

인근 일직면 원리 마을도 을씨년스러운 모습이긴 마찬가지다.

마을 뒷산을 받쳐 주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검게 타고 흙이 드러나 있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상황이었다.

조상 때부터 이 마을에서 100년도 넘게 살아왔다는 한 70대 주민은 "집이 뼈대만 남고 다 타버려 속이 상한데 뒷산마저 산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며 답답해했다.

의성군 안평면에 사는 정국수(90) 할머니도 산비탈에 있는 집이 산사태를 맞을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이번 산불로 정 할머니 집 창고가 불에 타 없어지고 비탈은 흙이 고스란히 드러난 채 작은 충격에도 금세 무너져 내릴 듯 아슬아슬해 보였다.

정 할머니는 "이웃 사람에게 물어보니 주택 피해를 우선해서 해결해 준다고 해서 산비탈 보수 공사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며 "관청에서 관심을 좀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창인 주택 철거 작업 /연합뉴스

경북 산불 발생 2개월이 지난 현재 피해를 본 주택 철거는 그나마 작업 진척이 빠른 편이다.

21일 기준 의성군이 약 99.6%에 이른 것을 비롯해 영덕군 94.6%, 청송군 92.7%, 안동시 89.9%, 영양군 75% 등 평균 92.5%의 주택 철거 진척도를 보였다.

반면 산사태 예방을 위한 응급 복구 작업은 상대적으로 더디기만 하다.

최근 경북도는 산불 피해가 발생한 551개 마을을 조사해 주택과 인접한 위험 나무 제거, 옹벽 및 배수시설 설치 등 산사태 예방 응급 복구가 필요한 132곳을 선정했다.

해당 지역에 특별교부세 44억7천만원을 지원해 장마철이 시작되는 다음 달 15일까지 응급 복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복구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위험 나무 제거 작업조차 진도가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양군이 80.2%, 영덕군 77.2%, 의성군 59.6%, 청송군 54.6%, 안동시 39.8%로 지역별 편차도 크다.

당장 급한 것은 제거했으나 주민들이 추가로 요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북도의 설명이지만 벌채 작업이 상당히 더딘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옹벽이나 배수시설 등 다른 복구 작업까지 다음 달 중순까지 끝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은 불타고 산사태 우려까지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지만 최근 농번기를 맞아 영농 현장은 다시 농민들의 구슬땀으로 채워지고 있다.

사과 주산지인 청송에선 농민들이 과수원 곳곳에서 사과 꽃잎을 솎아주거나 봄배추, 무 등을 수확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벼농사가 많은 의성과 안동 등지에서는 논바닥 정지 작업을 하는 등 모내기 준비를 거의 마쳤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예산 254억원을 책정해 산불 피해 과수원의 재조성을 돕기로 하고 오는 23일까지 희망 농가의 신청을 받는 등 영농 지원에 나서고 있다.

도는 농기계 복구 보조율을 기존 35%에서 50%로 높이고 농기계 지원 기종도 당초 11종에서 38종으로 확대해 지원하는 등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산사태 예방을 위한 복구 작업을 끝내고 농민들의 영농 활동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연학 기자 dusgkr08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