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 교육생들

프로그램 체험 과정서 일상생활의 활력과 힐링 · 그들만의 커뮤니티 형성

[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선임기자] 

#장면-1 “엄마가 올 때까지 가만 있어”
#장면-2 “바보야, 넌 유기 되었어”
#장면-3 ”엄마는 올거야“
#장면-4 비 맞고 쓰러진 유기견 사랑이를 구해주는 아이.

이 내용은 ‘유기견’을 소재로 한 감정 표현 퍼포먼스다.
직접 유기견의 입장이 되어 그 내면의 감정속으로 들어가 다시 외부로 표현하는 예술작업이다.

지난 26일 오전 10시. (사)경상남도장애인부모연대창원시지회 2층 교육장에서는 클래식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때로는 슬픈 느낌의 건반 소리, 때로는 경쾌한 리듬이 교육장 복도를 울렸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협력하고, 주최·주관사로 선정된 문화나눔터·多(대표 정옥경)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총 20회 운영한 2024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장애인 문화예술 교육지원)의 결과물이다.

장면을 총 4개로 나누어 진행된 이 사업의 대상자는 (사)장애인부모연대창원시지회의 성인발달장애인이다.

비록 성인이 되었지만 학령기(특수학교)를 지나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는 있으나 성인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머물다 보니 ‘차이가 차별’이 되기 일쑤다. 예술 또한 마찬가지다.

‘예술’이라면 일반 전문예술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정형화된 ‘장르’가 대표적이다.
춤을 예로 들면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순수기초댄스 장르를 비롯해 우리 생활 주변에 가까이 있는 스트릿댄스, 라틴댄스, 밸리댄스 등등.

그러나 ‘일상의 예술(ToTo ART)로 다름을 보듬다’ 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정형화된 장르에 개의치 않는다.

성인장애인 시각에서 음악 리듬을 타면 그게 춤이 된다. 트롯, K-pop 등의 장르도 필요 없다.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움직임과 노래는 ‘탈장르’이기 때문이다.
즉, 놀이 같기도 하고 예술 같기도 한 움직임은 그저 ‘희노애락’의 클래식 음악 소리를 듣고 즉흥적 감정으로 표현되는 그들만의 내면적 장르이기 때문이다. 

유기견 사랑이의 애절한 표현

소품도 직접 만든다. 
이 과정에서 한 교육생에게 그림 재능을, 또 어느 교육생은 음악 연주 재능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퍼포먼스는 ‘today tomorrow ART’ 쯤으로 해석된다. ‘일상의 예술’로.

특히 이번 퍼포먼스의 컨셉인 ‘유기견’은 마치 ‘장애인’과 닮아 았다. 
버려지고, 내팽겨쳐 지고, 차가운 시선만 가슴 깊숙히 꽂히는 슬픔의 파편처럼... 
그래서 일까.
처음 유기견이 되어 보는 수업에서 일부 장애인 교육생들이 스크린에 나오는 유기견을 보고 여기 저기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춤과 악기 연주 그리고 ‘희노애락’의 감정을 클래식 음악으로 표현한 퍼포먼스는 ”가만히 있어“라는 엄마의 말을 지키며 비가 쏟아지는 중에서도 꼼짝도 않고 벤치에 앉아 있는 유기견 사랑이가 새 주인(아이)을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교육적 차원 외에도 이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일상생활의 활력과 힐링이 되고 나아가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는 계기도 되고 있다.

정옥경 대표는 “학부모님들이 모셔진 이 자리에서 우리 교육생들의 퍼포먼스를 보고 놀랍고 감사하다”며 “단순한 예술 경험뿐만 아니라 이러한 프로그램이 장애인에게 문화예술 향유권과 접근권 확대를 통해 사회구성원으로 기초를 다지는 계기 마련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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