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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외국면허 의사 도입추진에 "대한민국 정부는 없는 게 낫다" 격앙정부, 의료공백 대응하고자 '초강수'···외국의대 졸업 한국인 등 대상
  • 정종민 기자
  • 승인 2024.05.10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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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국 의사 당장 투입 계획 없어···철저한 안전장치 갖출것"
의사들 "한국 의사들 겁박 카드···국내 의료 수준 크게 떨어뜨릴 것"

[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선임기자 /일부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빚어진 의료공백 사태가 3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공의의 빈 자리를 채우고자 '외국 의사'에게 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로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들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대형병원 등을 중심으로 배치될 전망이다.

이달 말이면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확정되는데, 이후로도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아 의료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초강수'인 셈이다.

언어 문제 등으로 외국 의대를 졸업하거나 면허를 취득한 교포, 한국인 등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대한민국 정부는 없는 게 낫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실력 검증안된 외국 의사가 진료하는 일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 역시 "외국 의사 당장 투입 계획은 없으며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형병원 중심 배치돼 '전공의 역할' 대신할 듯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달 20일까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지금의 의료공백 사태처럼 '심각' 단계에 올랐을 경우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 지원 업무를 할 수 있게 했다.

복지부 장관이 승인만 하면 외국에서 딴 의사 면허를 가지고 한국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요구하며 석달째 의료 현장을 이탈하자 정부로서는 의료공백 사태의 장기화에 대응해 '고육지책'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따라 외국 면허 소지자들은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뒤 이르면 이달 말부터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전공의가 떠난 수련병원 등 정해진 곳에서만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진료할 수 있게 된다.

전공의 이탈로 가장 타격이 큰 곳이 '빅5' 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병원 위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진료할 수 있는 만큼, 맡는 업무도 수술 보조, 진료 보조, 응급실 운영, 당직근무 등 전공의들이 맡았던 주요 업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0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교포·한국인' 외국의사 뽑을 듯···복지부 "진료역량 갖춰야만 진료 승인"

개정안이 시행되면 외국인 의사도 정부 심사를 거쳐 국내에서 진료할 수 있게 되지만, 언어 소통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6) 씨는 "외국 의사들에게 진료받을 수 있겠지만, 소통에 오해가 생기거나 어려움이 있어서 온전하게 치료받지 못할까 봐 걱정되기는 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도 외국 의사의 진료 역량을 따져 현장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0일 외국 면허 의사들도 국내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재난 위기 심각 단계에서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 전문의 지도하에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정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 총리는 "앞으로 우리 국민에 대한 의료 보호 체계를 최대한 확대하고, 비상 진료 체계의 저변을 다지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한 총리는 비상 진료 체계가 3개월여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 현장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정부가 국내 국가고시 지원 자격을 인정해주는 외국의대는 159곳(총 38개국)이다.

그러나 2005∼2023년 이들 대학 졸업자가 국내 의사 예비시험(필기/실기)을 통과한 비율은 55.4%에 그쳤다.

더구나 외국의대 졸업자가 예비시험과 의사국시 관문을 뚫고 최종적으로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비율은 33.5%에 그쳐 3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이는 2018∼2022년 우리나라 의사국시 전체 합격률이 최저 86.3%, 최고 97.6%였던 점에 비춰보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외국의대 졸업자 중 70%에 가까운 의사국시 탈락자들에게 국내에서 진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 의정 갈등 더 커질 듯···의사들 "정부 없는 게 낫다"

정부가 외국 의사의 국내 진료까지 허용하면서 의정(醫政)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국내 의료 수준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며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주수호 전 의협회장은 페이스북에 "외국 의사 면허자의 국내 의료행위 허용이 대한민국 의사들을 겁박할 수 있는 카드라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진심(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없는 게 낫다"고 일갈했다.

임현택 현 의협회장은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으로 약 80일 만에 국내 의료체계를 망가뜨려 놓았다"며 "한국 의료는 외국에서도 배우러 오는데, 날고 기는 한국 의사들 놔두고 이제는 저질 의료인을 데리고 오려 한다"고 비난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과연 외국의 어떤 의사가 원가 보전도 되지 않는 초저 수가(의료행위 대가) 보험제도, 판사들의 법봉에 휘둘리는 의료 현장,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자국의 의사를 위협하고 악마화하며 직업 선택의 자유마저 보장하지 않는 나라에서 의사로 일하고 싶어할 것인가"라고 개정안을 비판했다.

의사회는 이어 "의사는 환자와 소통하며 마음까지 치료하고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나라 의사들의 높은 수준에 익숙해 있는 국민들에게 언어적 소통이 어려운 외국 의사가 얼마나 큰 만족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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