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수/ 경남 사천취재본부장

연말이 다가오면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왠지 모를 아쉬움과 설렘이 깃드는 것을 느껴 보지만. 이 강 추위에 실직자와 노숙자는 물론 혼자사는 사는 노인과 저소득층 등 어려운 사람들은 따뜻한 훈기를 간절해 하며 추위와 싸우고 있다. 이들이 찬겨울을 이겨내는데는 주위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

영하날씨에 부는 칼바람에 옷깃마져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잔뜩 움츠린채 방항하는 사람들과,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10대 소년 소녀들이 거리를 방황하는 가 하면 집단시설 등에서 부모를 애타게 그리며 생활하고 있는 어린이를 볼 때 문득 안데르센 동화의 '성냥팔이 소녀'가 생각난다.

동화속 소녀는 섣달 그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거리에서 성냥을 팔고 있지만 아무도 사주지 않고 관심마져 갖지 않는다. 그러다 소녀의 성냥 꾸러미는 지나가던 마차에 부딪치면서 길 바닥에 내동댕이처 산산조각이 되어 버렸고, 신고 있던 신발 마져 짖궂은 아이들에게 빼았겼다.

소녀는 아버지의 술 주정으로 매번 맞아야 하는 채찍이 떠올라 집에 갈 수도 없다. 소녀는 맨발로 차가운 거리를 헤메이던 중 어느창가에서 가족들이 따뜻한 난로가에 둘러 앉아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처지를 원망한다.

그러면서 '할머니! 어머니! 왜 나만 남겨두고 먼저 떠났어요?'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땅바닥에서 밤을 지샜는데 이튼날 이 소녀는 차디찬 주검으로 변해 있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거리에서 성냥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소녀의 애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과 행복만을 갈망한 사람들의 세태를 고발한 안데르센의 동화는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에도 실화보다 더 생생하게 전해지며 기억된다.

해마다 이맘때면 도심 번화가에는 각종 종교단체와 자선단체들의 불우이웃돕기 행사 및 사랑의 열매달기 모금활동이 펼쳐진다. 그런 가운데 일부 사람들은 연말연시로 망년회다 송년회다 하면서 각종 모임으로 흥청망청 돈을 뿌리고 다니기에 급급하면서도 이런 곳에 눈을 돌리는데는 인색하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란 뜻처럼 적은 정성이라도 모금에 동참 한다면 어려운 계층들이 춥고 긴 겨울을 나는데 한결 쉬워질 것이다. 연말을 맞아 불우 이웃에 사랑을 선물하고,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다정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는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대주고, 칭찬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말 내 일처럼 함께 기뻐하고, 찬사를 보내 이 추운 한기를 훈훈하고 포근하게 데우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손지이익(損之而益)이란 말이 '유익한 손해는 알게 모르게 다시 이익으로 환원 한다'는 뜻으로, 작은 베품이 받는 행복과 즐거움 보다 몇배가 크다는 뜻도 함축돼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오늘도 찬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진정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는 참봉사자들은 '성냥팔이 소녀'를 떠올리며 불우 있을 돕기 위해 자선냄비의 종소릴 울리며 떨고 서서 춥고 배고픈 이들을 올 겨울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우리들 주변에서는 일부 부유한 사람들 보다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 했듯, 같은 처지의 어려운 사람들이 아픈 이웃을 더 잘 보살피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희망이 아닐까 싶다.

김용수 기자  yskim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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