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홍준표 대표의 발언을 심각하게 듣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특유의 밀어부치기식 승부수를 던졌다. 이 승부수가 성공한다면 홍 대표는 일단 내년 총선을 지휘하게 된다.

홍 대표는 2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대다수가 원한다면...'을 전제 조건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전격적으로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당대회 끝난 후에도 끊임없이 세력 없는 당 대표 흔들기가 있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에는 일부에서 지도부 교체까지 거론하고 있다"면서 "저는 공직생활 30년 동안 자리에 연연해서 소신을 꺾거나 제 직무수행을 주저해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 대다수의 뜻이 박근혜 前대표께서 당 대표로 복귀해서 쇄신과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져 그렇게 결정이 되면 저는 당권·대권 분리조항을 정지시키는 당헌개정을 한 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그러나 이같은 결단에 찬 주문에 앞선 발언에서는 당 대표가 된 후에 △청와대와 담판해서 추가감세철회 관철 △각종 서민정책 주도 △재보선 정국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제외한 전국 8개 지역 전역 석권 △한-미 FTA 문제도 지난 22일 표결처리 △예산당정회의에서 당 입장 최대한 반영 등의 자신의 업적을 열거하면서 "당 대표가 될 때 내년 총선을 책임지고 이끌어달라는 역사적 책무를 22만 당원 대의원으로부터 부여받았다. 그렇기에 저는 내년 총선까지 제 대표직 수행의 시한이라고 여기고 저의 모든 역량을 사심 없이 바치기로 생각을 했었다"고 전제하기도 했다.

29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홍준표 대표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더욱이 지도부 교체는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등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현실화될 경우 당은 단순히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의 길로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지도부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당내 논의 과정에서 계파ㆍ세력간 갈등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당은 물론 여권 전체가 심각한 내홍국면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대안이 없으니 현 체제로 가자는 것은 안되는 얘기"라면서 "당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으면 두 번째, 세 번째 일이 가능하지 않고 (국민이) 쇄신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이와 함께 "박 전 대표는 대선 전 총선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총선에서 지면 대선에서도 어렵다"며 박 전 대표의 총선 다걸기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권 잠룡 중 한 명인 정몽준 전 대표도 "새로운 체제가 최선이다.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제대로 절차를 밟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며 지도부 교체론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 윤상현 의원은 연석회의장 밖에서 즉석 간담회를 자청, "일단 박 전 대표가 조기 등판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적절치 않다"면서 "(범야권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정치판에서 아웃복싱을 하고 있는데 박 전 대표가 인파이팅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계 조기 등판론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박근혜를 조기 등판시켜 떠밀기 하려는 수순 가능성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경계하는 눈치다.

따라서 현재로선 박근혜 조기등판은 불가능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종민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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