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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사건을 영상 · 음악연주와 춤으로 감상
다양한 장르가 융합적으로 어우러진 새로운 시도
[시사코리아저널=정종민 선임기자] 100년 전, 한 사건이 장안에 화제가 됐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던 1920년대, 신문물이 들어오던 개화기의 ‘자유연애사상’과 다다이즘, 허무주의.
당시 기생을 비롯해 유학 엘리트층으로 대변되는 ‘신여성(모던걸)’과 ‘모던보이’에게 시대적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사회현상이었다.
그동안 ‘남존여비, 부부유별’ 등 유교적 사회의 기존 가치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던 남녀의 자유로운 연애가 유행처럼 번질 때다.
기생 강명화와 대구 갑부 아들 유학생 장병천의 사랑이 음독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끝난 3년 후 1926년, 일본 도쿄음악대학에서 성악(소프라노)을 전공했던 윤심덕과 김우진의 현해탄 투신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전남 목포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던 유부남 김우진과의 비극적 사랑의 종말은 <사의 찬미>라는 그 유명한 노랫말 속에 이미 예견됐던 것일까?
공연으로 돌아가 보자.
정옥경무용단은 경상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역 예술인들의 문화예술활동을 육성하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20일 오후 2시 진해보건지소 4층 강당에서 ‘해어화, 1923 그 해’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한다.
한 장르의 공연이 아니라 영상과 음악 연주(클래식악기, 실용악기), 다양한 장르의 무용(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이 융합적으로 어우러진 새로운 공연 패러다임의 시도다.
따라서 이 공연은 한국러시아피아노음악연구협회(대표 정광민)의 협력으로 영상, 음악, 무용 등 다원예술을 바탕으로 한 융합공연이어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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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어화, 1923 그 해’ 공연을 앞두고 출연진들이 연습하는 모습. |
공연내용을 보면 100년 전 예술의 최고 경지(가, 무, 악, 시, 서예 등)에 올랐던 ‘기생’의 애환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기생들의 애환은 노랫말에 잘 나타난다.
그 시절 기생을 소재로 한 노래로는 ‘기생아 울지마라’, ‘사랑 주고 병 샀소’, ‘화류춘몽, ‘산 팔자 물 팔자’ ‘꼬집힌 풋사랑’ ‘홍도야 우지마라’ 등의 영상 해설로 공연내용을 암시하며 관객의 이해를 구한다.
이어 <봄 아가씨>와 <청춘별곡>은 1920년대 ’신여성‘과 ’모던보이‘의 풋풋한 연애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 <헤어화> 배경음악을 재즈와 스윙, 그리고 힙합 동작으로 작품화한 것도 연출 소재의 선택이 적절해 보인다.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정서를 나타내는 문학 장르 중 시(詩)를 춤 동작으로 안무한 것도 새로웠다.
김소월 시 <개여울>을 현대무용의 자유로운 몸짓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이는 특이한 연출이다
암울한 시대에 강렬한 해를 소재로 미래의 희망을 노래한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시 <해>를 개사해 1980년도 대학가요제 은상을 받은 마그마의 <해야>를 흐릿한 영상으로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넌버벌 장르 공연(무용)에서 쉽게 나올 수 없는 코믹한 부분이 통시성 관점에서 이 공연의 백미다.
직장을 얻기 위한 ‘뇌물’은 당시 <개고기 주사>의 코믹한 노랫말에도 잘 나타난다.
빈털터리지만 요리집을 드나들다 봉변당하는 건달을 <빈대떡 신사>로 풍자한 노래도 영상 감상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바이올린 선율을 시작으로 당시 남매의 관계를 표현한 <오빠는 풍각쟁이>는 음식문화, 직장문화, 아들선호사상 등을 엿보게 하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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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어화, 1923 그 해’ 공연을 앞두고 출연진들이 연습하는 모습. |
공연진행 구조가 특이한 점도 눈에 띈다.
우선 당시 사회상을 알 수 있는 영상 해설로 관객의 이해를 돕고, 대중가요 속에 담긴 노랫말을 악기연주와 춤으로 안무한 점. 그리고 어렵게 보이는 융합적 장치를 통해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클래식악기(바이올린, 건반), 실용악기(드럼)가 다양한 춤 동작과 어울려 경쾌한 합주의 멋을 창조하고, 춤 동작에 따른 음악 편집을 통한 변주가 새로움을 더하는 점이 융합공연의 특징이다.
정옥경 대표는 “올해 초 알츠하이머병 악화로 고인이 되신 배우 윤정희의 작품을 살펴보다가 100년 전 기생 강명화의 연결고리에서 이 공연의 모티브를 발견했다”며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100년 전 개화기 당시 다양한 시대조류에 따른 대중가요와 시를 소재로 춤과 음악, 영상으로 연출해 당시 코믹한 노래를 통한 재미를 더하는 사회상과 어르신들이 옛날의 기억을 돕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민 기자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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