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여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위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서고공판에 참석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31일 한만호(53)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금품을 전달했다는 한만호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9억원의 금품수수를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직접증거는 한만호 전 대표의 검찰진술 뿐인데 객관적 사실과 맞지않는 부분, 일관성과 합리성이 없는 부분이 있고 진술 자체에 추가 기소를 피하려는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도 보여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판결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한만호 전 대표의 비장부와 채권회수 목록은 비자금을 마련했다는 증거는 되더라도 그것을 한명숙에게 전달했다는 금품수수의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야권의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사필귀정’이지만, 법과 양심에 따라서 현명한 결정을 해준 재판부에 감사드리고, 국민과 함께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면서 "검찰이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은 돈을 뇌물로 짜 맞추느라 온갖 노력을 다 했겠지만, 결국 진실이 거짓을 이겼고 이 땅의 정의가 정치검찰을 이겼다"고 논평했다.

이 대변인은 또 "이번 판결은 사법의 잣대가 국민을 대신해서 무리한 보복 수사로 한 전 총리에게 누명을 씌운 정치 검찰을 단죄를 한 것이다"면서 "이번 사건의 수사는 작년에 한 총리에 대한 다른 뇌물사건의 무죄가 예상되자,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무리하게 시작한 짜 맞추기 수사로 잘 알려져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신창현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법원의 정당한 판결을 환영한다. 야당 정치인에 대한 정치탄압 차원에서 진행된 검찰의 무리한 정치기소에 법원이 철퇴를 내렸다"고 환영하면서 "이는 애초부터 검찰이 한나라당의 선거운동을 돕기로 작정하고 불순한 수사를 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여당 선거를 돕겠다고 무고한 야당 정치인 한명을 짓밟은 검찰은 과연 양식이 있기는 한 것인가?"고 반문했다.

정종민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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