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저널/경남=김용수 기자］경남 사천에 사는 K모(70 · 남양동) 할아버지는 지인이 소송에 말려 억울하게 당하고 있는 것을 보다 못해 증인으로 자청 출석 청원을 했다가 말 한마디 잘 못 진술(사건 당사자들을 보았나? 못봤다고 증언했는데 '기억에 없다'면 무죄)로 위증죄로 몰려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김 할아버지는 매월 9만 원씩 나온던 기초노령연금 지급이 정지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집세도 제대로 내지 못해 셋집에서 쫓겨날 형편인 김 할아버지는 동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자기들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으로 형이 확정돼 통보 받게되면 이미 받은 기초노령연금을 회수하거나 향후 지급될 연금에서 1년간 공제토록 돼 있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밝힌 김 할아버지 처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은 지난해 한달에 4230명에 이른다고 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은 재소자와 집행유예자에 대해 지급을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노령연금으로 생활하던 저소득층 노인들이 실형을 선고받고 수급권까지 잃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은 실형을 받더라도 수급권을 뺏지는 않는다. 낸 만큼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 이와 달리 기초노령연금은 하위 70%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무기여(無寄與)'방식으로 지급정지 규정을 두고 수급권을 제한한다.

재소자들은 감호시설에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들 고령의 집행유예자는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초노령연금이 없다면 경제적으로 더욱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같은 제도의 허점은 '노인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복지를 증진한다.'는 연금의 도입 목적과도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은 2009년 6월 집행유예자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초노령연금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 4개월이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이렇게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는 사이 연금 수급권을 잃은 노인 집행유예자 수는 해마다 1000여 명씩 늘어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금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개정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묻는 민원인이 많다."면서 "서민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인 만큼 빨리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수  yskim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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