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로 관계가 소원해졌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함양에서 만났다. 그것도 김 원내 대표가 미리 와 기다리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말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복원의 시발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그렇지만 박 전 대표의 이날 반응은, 한마디로 '무반응'이라 할 수 있어 관계복원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7일 10ㆍ26 재보선 지원을 위해 방문한 경남 함양에서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조우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한때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렸으나 작년 세종시 파동 때 박 전 대표와 입장이 충돌하면서 정치적으로 사실상 `절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보는이들의 관심을 샀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함양종합상설시장 앞 낙원사거리에서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 이군현 경남도당위원장, 여상규ㆍ 안홍준 의원과 함께 박 전 대표를 기다렸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등장하면서 몰려드는 인파에 떠밀리는 바람에 이들의 만남이 불발됐다.

그렇지만 김무성 전 윈내대표는 만남을 포기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오후 일정에 들어 있는 함양 상림숲 방문에 맞춰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숲 입구에서 기다리던 김 전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가 도착하자 "미리 와있었습니다"라며 악수를 청했고, 박 전 대표가 가벼운 미소로 이에 답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박 전 대표가 악수와 함께 김 원내대표에게 무슨 말이라도 건네야 하는데, 박 전 대표가 마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10여분의 일정을 소화한 후 상림숲을 떠났다. 물론 많은 군중 탓에 떠밀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박 대표가 김 전 원내대표의 화해의 제스처를 애써 외면했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조우와 관련해 "함양에 왜 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향이다"라고 답하면서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김 원내대표의 한 보좌진은 "김 원내대표님이 함양에 애정이 크고 지인도 많다"고 다른 의미를 애써 부인했다.

두 사람은 3일전인 지난 14일에도 같은 부산행 비행기를 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부산 동구청장 선거지원을 위해, 김 전 원내대표는 지역구가 있는 부산에서의 특강을 위해 가는 길이었다.

한편 김 전 원내대표는 작년 2월 세종시 논란 때 일부 공공기관을 세종시로 보내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던 박 전 대표가 "가치없는 얘기다.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지금까지 냉각기가 계속되고 있다.

정종민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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