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으로 사망해 전 세계를 애도 속으로 몰아넣은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의 제품 출시 설명 장면.

□ 스티브 잡스 사망과 파장

스티브 잡스의 제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는 ‘제품의 황제’라 불릴 만큼 경쟁사가 따라갈 수 없는 독특한 외양과 스타일, 그리고 사용자 친숙한 환경으로 무장된 제품을 소비자가 알기도 전에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잡스이 사망으로 시장 조사에 크게 연연하지 않은 채 스스로가 세계 최고의 소비자가 돼 제품을 만든 그의 자리를 애플의 경영진과 시스템이 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스티브 잡스의 후임으로 지난 8월 24일 CEO직에 오른 팀 쿡은 ‘아이폰4S’를 발표하며 공식적인 데뷔식을 치렀지만 청중을 휘어잡았던 스티브 잡스와 비교되며 아직 애플을 이끌어갈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아이폰4’의 후속 모델로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S’가 출시된 실망감과 스티브 잡스의 부재가 컸던 프레젠테이션으로 애플의 주가는 4.5%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투자 자문사 파이퍼제브리의 진 먼스터는 “쿡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절대 그가 스티브 잡스를 대신할 수 없을 것임을 느끼긴 했지만, 쿡이 잡스의 비전을 이어갈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즉, 췌장암으로 스티브 잡스가 8년 동안 3차례 병가를 내는 동안 아이패드 1과 2 등 주요 제품이 순조롭게 출시됐을 뿐 아니라, 회사의 주가도 경기와 상관없이 크게 뛴 점을 감안, 애플의 선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다.

지속적인 애플의 성장을 위해 팀 쿡 이하 애플의 경영진이 단기 과제로 가지고 있는 일들은 새로운 시장의 개척, 아시아 시장 확대,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전환 등이 있다.
특히 최근 아마존이 킨들 화이어로 아이패드의 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 빼앗아 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가운데, 애플만의 방식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어떻게 전개할지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는 애플이 스티브잡스 없이도 앞으로 3~5년은 버틸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팀쿡을 비롯한 경영진이 스티브잡스의 부재를 대비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온 데다, 앱스토어와 아이튠스스토어 플램폼을 비롯한 강력한 애플 생태계는 자체 선순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애플생태계도 생태계에 활력을 넣고 끊임없는 혁신을 주던 천재적인 지휘자가 사라진 만큼 중장기적으로 주도권이 구글 등 기타 경쟁업체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 세계 IT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스티브 잡스의 사망으로 세계 IT산업계는 '혁신 아이콘'이 사라져 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있지만, 경쟁사에는 애플의 주도권이 약해지며 반사적 이익을 가져 올 수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경제회복과 함께 시장의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한 경쟁자의 수요를 빼앗는 현재의 시장구조에서 경쟁업체에 시장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평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특히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애플타도를 외치며 모토로라 모바일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 전방위 측면에서 애플과 치열한 경쟁관계를 형성해 왔다. 이런 구글에게 애플의 정신적 지주인 스티브잡스의 부재는 중장기적으로 구글에 IT산업 주도권이 넘어가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MS도 구글과 함께 가장 큰 수혜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PC OS의 절대적 지위를 유지함에도 스마트폰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는데, 이는 애플에 크게 밀렸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 단말기 관련 크로스 라이선스를 끌어냈고, 절치부심한 모바일 OS 윈도우폰도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준비하는 와중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의 부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 국내 IT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스티브잡스의 사망으로 애플과 곳곳에서 대립각을 세우던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과 특허전쟁을 벌이며 애플의 대항마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높여 왔다.

특히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선두주자로 애플의 경쟁력 약화는 즉각적인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다. 무엇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최근 애플과 벌이는 특허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며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세를 얻고 있는 상태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절치부심 기회를 보던 LG전자도 반사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VC인 Haborpacific의 구본웅 대표는 "애플에서 차지하는 스티브 잡스의 위치가 절대적이었던 만큼 앞으로 디자인과 전략적인 면에서 경쟁력이 일부 훼손되면서 스마트폰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애플의 세계시장 주도권 지속 가능성에 두드러진 경쟁력 약화 요소가 생긴 만큼, 우리 기업들도 중장기적으로 애플과 대등하거나 추월할 있는 모멘텀이 형성됐다는 낙관적인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최근 세계 IT 산업계가 Trivergence BigBang(HW, SW, SERVICE가 융합하는 새로운 IT트렌드)을 겪으며 SW와 디지털콘텐츠의 영향력이 급속히 높아가는 만큼, SW와 OS를 짧은 시간 안에 얼마만큼 고도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 전망 및 시사점

스티브 잡스의 죽음으로 세계 산업계는 위대한 혁신 매개자를 잃었다.
창조적 마인드와 천재적인 감각으로 수많은 혁신제품을 만들어낸 위대한 창조자의 죽음에 전 세계가 조의를 표하고 있다.
애플은 탁월한 경쟁우위 요소를 바탕으로 당분간 세계 IT산업 주도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차지해온 비중이 워낙 큰 데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3류로 전락하는 IT산업의 특성상 애플이 중장기적으로 지금처럼 주도권을 장악할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애플쇼크로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듯이, 애플은 우리나라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준 현존하는 위대한 기업 중 하나이다.
가격위주의 저가제품시장에서 고전하던 우리 기업에 대해 경쟁구도를 High-End 시장으로 하루아침에 바꾸어 결국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노키아나 에릭슨을 꺾도록 결정적 모멘텀을 제공한 것도 애플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스티브잡스의 타계가 우리 기업에 애플 따라 하기에서 벗어나 애플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애플도 스티브 잡스 부재에 대비한 로드맵하에 치밀한 준비를 해오고 강력한 애플생태계가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안이한 자세로 대응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제공= KOTRA, 샌프란시스코 크로니컬, 산호세 머큐리, businessinsider.com, 뉴욕 타임즈, 실리콘밸리 KBC 자체 분석 자료, 전문가 인터뷰 등

정종민  korea21c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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